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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의 진료실 일기 <14> 병실 냉방전쟁

입원 환자의 권력, TV서 에어컨으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8-05 19:13:5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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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서 난리가 났다. 두 입원 환자가 원장실에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 중풍으로 재활 치료 중인 A(여·76) 씨와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재활 치료 중인 B(여·51) 씨 다.

중풍 환자는 흔히 뇌에서 몸온도를 조절하는 기관이 손상됐을 때 춥고 더운 것에 둔감하다. 이에 따라 핫팩과 같은 열치료를 잘못하면 종종 화상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한 번 병실 환경이 안정되면 주변 온도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사실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도 급성기나 아급성기에는 열이 심하게 나므로 주변 온도가 너무 낮으면 오한을 느끼는 예가 흔하다. 그런데 이들이 입원한 병실에 얼마 전 다리 쪽에 신경 손상을 입은 환자가 전원 돼 들어왔다. 정리하자면 비교적 건강한 신입 환자는 지금 너무 덥다고 여기지만, 이보다 조금 중증인 2명의 환자는 조금만 병실 온도를 낮춰도 추위를 타게 되는 것이다.

병실에는 알게 모르게 위계질서가 있다. 어떤 경우는 나이가 많은 환자, 어떤 때는 목소리가 큰 환자가 '서열 1위'기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군대처럼 먼저 입원한 환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아무래도 병원 생활을 오래 해서 병원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니 여러 점에서 '유리'하다.

이번 사례는 '고참'과 '중참'을 무시하고 신입이 문제를 일으킨 셈이다. 보통 이런 때 '중간 짬밥'(입원 기간이 중간 정도 되는 환자)이 조율에 나서는데, 이번에 들어온 신입은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그래서 중참은 분통이 터졌다. 겨우 '졸병' 신세를 면했는데 이번 신입에는 '영'이 서질 않으니….

발단은 병실 에어컨이었다. 날도 더우니 신입이 에어컨을 좀 세게 틀자는데 고참과 중참은 이미 오랫 동안 병원 환경에 적응된 터라 달갑지 않았다. 그러자 이들을 무시한 채 신입은 밤새 에어컨을 틀었고, 이에 대해 고참들이 몇 마디 했는데도 신입은 막무가내였던 모양이다. 결국 고참이 감기가 들고 중참도 몸살기를 느끼자 결국 '전쟁'이 났다. 신경전을 펼치며 가벼운 옥신각신을 하던 끝에 고성과 함께 서로 폭발한 것이다. 간호사까지 나서 중재를 했으나 효과가 없었고, 환자들이 원장실까지 찾아오게 된 사연이다. 한쪽은 "신입이 나를 무시한다"는데, 다른 한쪽은 "다른 환자들은 아무 말도 없는데 저들만 그런다"며 맞섰다. 하지만 나에게는 '솔로몬의 지혜'가 없다. 하소연을 듣고만 있을 수밖에….

예전에는 병실 내 TV 때문에 문제가 많아 최근 많은 병원은 개인용 TV를 침상마다 설치하는데, 냉방 장치는 묘안이 없다. 개인용 선풍기나 손부채라도 준비해야 할까? 이래저래 더운 날씨에 환자들만 고생이다.

아주재활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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