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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의 진료실 일기 <10> 병원 내부의 벽 : 기다림과의 전쟁

"검사 빨리해주세요" 독촉에 "기다려요"… 감정 상하기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10 20:44:01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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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휴대전화를 열어 보니 문자메시지가 와 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중소병원 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내용이다. "원장님, 더는 체력이 부쳐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5월 말로 사직하겠습니다." 우리 병원 수간호사의 메시지다. 서울의 대학병원 수간호사 출신답게 업무 파악도 빠르고 카리스마도 있으며 원장인 나를 혼낼 정도로 프로다. 평소 늘 존경하던 직원이다. 출근길 차 안에서 수많은 생각이 오간다.

출근하니 병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수간호사와 방사선사가 한바탕 중. "팀장님, 대기하는 환자가 너무 많아요. 검사 좀 빨리해주세요", "호들갑 그만 좀 떠세요. 안에서 환자가 불안해하잖아요." 결국 내가 나서자 "이거 다 원장님이 지각해서 그런 거예요. 좀 일찍 다니세요. 그리고 면담 좀 짧게 하세요. 환자분들이 기다리잖아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선다.

병원에는 직종 간 벽이 있다. 다른 직종의 업무를 대신할 수 없는 전문직 간 벽이다. 간호사와 치료사, 행정직과 의료기사, 심지어는 간호사와 의사 등등…. 업무상의 벽이라 마찰이 생긴다. 초음파와 방사선 검사가 자꾸 지연되니 환자는 계속 기다리다 짜증을 내고, 이를 처리하는 수간호사는 여러번 얘기해도 바로잡히질 않으니 제풀에 지쳐버린다. 한쪽은 빠른 진행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그러면 검사에 문제가 생긴다며 기다리라 하니…. 환자는 밀려드는데, 서로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보니 그 사이에서 업무 외적인 감정적인 골이 깊어지고 만다.

병원도 기본적으로 예약을 받지만, 곳곳에서 예상 밖으로 일이 더디다. 진료실 환자 면담을 어떻게 시간을 정해놓고 할 수 있겠는가. X-레이 검사도 마찬가지다. 평소 5분이면 충분하던 게 30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X-레이 찍은 결과를 확인하고 진료실로 안내해야 하는 간호사도 환장할 노릇이다. 반대의 예도 있다. 수액제를 맞으며 사진 촬영을 해야 하는 환자인데, 간호사가 혈관을 잘 잡지 못하면 방사선사는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미 영상의학실 안은 이 환자를 위해 세팅해 놓은 상태라 마냥 대기할 수밖에 없다. 검사를 하는 이나 검사를 받는 환자는 한 가지에 집중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른 검사자나 간호사, 검사 대기 중인 환자, 또 다른 직원도 머리로는 알아듣지만, 마음으로는 잘 이해하질 못한다.

우리나라 병원의 현실은 사실 환자를 많이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의 검사, 치료를 포함한 진료 시간에 충분한 여유를 줄 수 없다. 선진국 의료 관계자들은 이를 보고 하나 같이 놀란다. 어떻게 촉박한 일정 속에서 그토록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지에 대해….

다만 고무적인 것은 최근 많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종합검진 서비스다. 검사 항목마다 시간을 표준화해 놓은 결과 환자는 한 방향으로 안내를 따라가면 된다. 다른 검사가 이어지는 접점마다 전문 코디네이터가 있어 이마저 매끄럽게 해주는 곳도 있다. 모든 환자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이 언제쯤 올까.

아주재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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