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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한계·음성화 논란 딛고 자활·법률 지원으로 진화돼야

성매매특별법 시행 8년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2-09-26 19:36:41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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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성매매특별법 시행 8주년을 맞아 주최한 캠페인 '여성폭력없는 행복세상'이 열린 지난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나무에 '성매매 하지말고 여성을 존중합시다'는 메시지 열매가 매달려 있다. 연합뉴스
- 정부·사회적 인식 전환 성과
- 성매매女 자활·피해상담 등
- 인권적 보호 시스템 마련돼

- '풍선효과'·변종업소 늘어
- 근절 커녕 입법 취지 퇴색
- 성범죄 원인 호도·무용론
- "단속, 행정력 낭비" 주장도

- 선불금 법적 무효 명시화
- 엄격한 법 집행 등 뒤따라야

2004년 9월 23일 전국의 집창촌 퇴폐업소 유흥가 등 성매매업소에 찬 바람이 몰아쳤다. 이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것이다. 특별법은 성매수 남성은 물론 성매매를 한 여성과 업주를 모두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의 대대적 단속은 이후 몇 달 간 계속됐다. 집창촌 업주들과 성매매여성들은 생존권을 내세우며 집단 반발했다.

성매매특별법은 지난 23일로 시행된 지 8주년을 맞았다. 특별법 시행 이후 무엇이 달라졌으며 성매매 단속 실효성 등 계속되는 논란, 그리고 과제 등을 짚어본다.

■시행 8주년 무엇이 달라졌나

   
일부 성매매여성들이 자신들을 성노동자로 규정해달라며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성노동자·성산업인 성매매특별법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에서 한터전국연합 사무국 강현준(가운데) 대표가 헌법소원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매매특별법 제정의 발단은 2000년 9월 전북 군산 대명동과 2002년 1월 군산 개복동 집창촌 화재사고였다. 이 사고로 14명의 성매매여성이 참변을 당했다. 갇혀 성매매를 강요받았던 여성들이 탈출하지 못했고, 불법 영업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였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여성들의 불법 감금과 인권의 실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이 일면서 2004년 9월 23일 특별법이 발효되기에 이른다.

성매매특별법은 무엇보다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놓았다는 점을 성과로 들 수 있다. 이전까지는 남성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성매매를 자행했다면 이러한 행위 자체가 범죄이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레 심어줬다는 것이다. 또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도 갖춰졌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전국에 성매매 피해 상담소 26곳과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40곳(일반 26곳과 청소년 14곳), 자활지원센터 9곳, 그룹홈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상황을 즉각 상담하고,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또 성매매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매매 착취구조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도 특별법의 성과로 꼽히고 있다.

■제한적인 효과… 계속되는 논란

한계는 여전하다. 특별법은 시행됐지만 성매매는 물론 관련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군산 개복동과 마찬가지로 2005년 서울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서 불이 나 5명의 성매매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경북 포항 유흥업소 집결지에서는 무려 9명이 성매매 강요와 고리 사채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에서는 성매매여성이 성매수남에 목이 졸려 살해되기도 했다. 여성인권단체들은 "공권력과 성매매알선 및 조장 세력 간의 유착비리, 사회 전반의 부족한 여성인권의식으로 성매매여성들의 죽음과 희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매매특별법은 시행되고 있지만 효과도 미미하다. 법 집행이 초기 대대적인 단속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성매매 단속은 행정력 낭비라는 주장이다. 경찰력이라는 제한된 공공재를 성매매 단속에 집중하기보다 강력 범죄를 예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단속으로 성매매가 근절되기는커녕 외국이나 집창촌이 아닌 도심 주택가로 숨어드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성매매여성들은 자신들을 '성노동자'로 규정해 달라며 성매매특별법 철폐를 외치고 있다. 특별법이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행위를 가로막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여성들로 구성된 한터전국연합은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며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시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성인 여성은 물론 여아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성매매특별법 때문"이라며 "이성적으로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성욕해소를 위해 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마저 일고 있다. 여기에 집창촌 티켓다방 등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유명세를 얻었던 여성 전 경찰간부가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은 "많은 성매매 인구, 경찰력 한계 등으로 성매매 근절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제한된 지역에서 성매매를 인정해주는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성매매는 여성이 선택한 게 아니라 사회환경적으로 선택당하는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착취이자 인권유린으로 봐야 한다"며 "성범죄와 성매매를 연관시키는 것은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별법 진화해야

한계는 뚜렷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은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법만 손질하는 게 아니라 엄격한 법 집행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2010~2011년 포항 성매매여성들의 자살사건 등 성매매 선불금이 계속 사회문제화하자 여성가족부는 성매매와 관련된 선불금이 법적으로 무효라는 점 등을 명시한 성매매특별법을 개정, 지난 8월 2일 시행했다.

성매매여성을 비범죄화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이기숙(신라대 가족노인복지학과 교수) 이사장은 "현재는 성매매 남녀 쌍방을 처벌하고 있지만,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성매매 자체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적 성착취이자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모든 성매매여성을 비범죄화하고 피해여성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이렇게 이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성매매특별법은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 기준에도 맞다"며 고 강조했다.


# 추모제·예방 캠페인·인권영화제…'성매매 없는 세상' 함께 약속해요

-  성매매특별법 8주년 10월까지 행사 다채

   
전국 여성인권센터들이 만든 '민들레순례단'이 지난 19일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작년 성매수남에게 희생당한 창원 성매매여성을 추모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살림 제공
성매매특별법 시행 8주년을 맞아 성매매 방지와 예방을 위해 여성계는 9월과 10월 두 달간 전국적으로 다채로운 활동을 진행한다. 여성가족부 및 반성매매사업과 피해여성지원 활동을 하는 전국 12개 지역별 여성인권지원센터로 구성된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시점인 9월 23일을 즈음해 추모제, 예방 캠페인, 인권영화제, 일러스트 공모전 등 행사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다음 달 11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성매매 국제 협력체계 및 인프라 구축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실시 보고회를 개최한다. 프로젝트는 여성가족부 공동협력사업 형태로 5~7월 수행했으며 호주의 빅토리아 서호주 뉴사우스웨일스 3개 지역을 중심으로 한인 성매매 실태를 보고하고 대응책을 제안한다. 한국형 성매매 산업이 늘어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살림은 다음 달 16일 부산 YWCA 대강당에서 인터넷성매매감시단 사업보고 토론회도 연다.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없는 세상을 위한 우리의 약속'을 주제로 서울과 대구, 광주에서 다음 달까지 영상제를 실시한다. 성매매 방지 영상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을 상영해 우리사회에서 성매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취지로 치러진다. 대상작인 빈곤계층 모녀의 일상을 통해 성매매의 경제적·문화적 권력관계를 조명해보는 '마감일'을 비롯해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룬 '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 등을 상영한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8주년 정책토론회 '성산업 착취구조해체를 위한 대안모색, 그 길을 열다'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국회의원 남윤인순, 국회성평등정책연구 포럼 공동 주최로 개최된 행사로 성산업 착취 구조와 성매매여성 인권의 실태,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전국 여성인권센터들은 '민들레순례단'을 만들어 지난 19~20일 경남 창원 상남동과 전북 군산 대명·개복동 등에서 희생 당한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한 추모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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