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천~수십만 원 고정적 기부
- 형편 빠듯한 소시민이 다수
- 이름·선행 등 알려지기 꺼려
- 우리사회 '풀뿌리 기부문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인용되는 말이다. 이 원칙은 '다 함께 더불어 살자'는 기부문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때로는 독지자가 거액의 돈을 기부해 세상을 놀라게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푼돈을 쪼개 십시일반으로 어려운 이를 도우는 사람들도 많다. 또 경제력이 없으면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사회에 공헌을 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건네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본지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부산지역 소액기부 및 재능기부의 현황과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세상을 살리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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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액기부는 우리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다. 사진은 소액기부금과 물품을 모아 부산지역 고지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봉사활동 장면. 국제신문 DB |
협성문화재단은 23일 부산시교육청과 '영도 동삼지구 공교육 만족 프로젝트'에 급식비 5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른바 교육기부다. 협성문화재단이 기부한 금액은 영도중, 동삼중, 태종대중, 해동중학교의 방과후 야간 자기주도적 학습실(공부방)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쓰인다.
협성문화재단은 (주)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이 사재를 털어 지난 2010년 설립했으며, 3000억 원 기금 조성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출범 이후 협성봉사상을 제정하고, 불우 청소년과 우수한 대학원생 등에게 연간 수억 원의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시민공원에 30억 원짜리 상징조형물을 기증했다. 아프리카 수단에 의약품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사실상 부산의 기부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기업체의 주식을 기부해 큰 반향을 일으킨 적도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사회 전통문화에는 이전부터 소액기부 , '풀뿌리 기부' 문화가 있었다.
본지는 매달 (사)생명나눔실천 부산본부와 공동으로 '난치병 환우에 새생명을' 기획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암이나 화상 등 각종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힘든 사연을 소개하고, 도움을 구한다. 그동안 50명 가까운 환자들이 소개됐으며, 사연을 보고 소액을 기부하거나 기업체에서 후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생명나눔실천 부산본부에 따르면 국제신문에 소개되는 후원계좌로 곧바로 후원금을 입금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기적으로 매달 후원금을 내고도 연말정산용 영수증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매달 소개되는 생명나눔 사연을 보면서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이 20여 명이다.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까지 다양한 금액이지만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생명나눔 부산본부는 난치병 환자를 돌보는 일 이외에도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펼친다. 이런 활동에 힘을 보태는 사람도 수백 명에 이르다. 부산본부 관계자는 "은행 자동이체를 통해 후원금을 보내는 후원자가 약 4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금액은 5000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다양하다.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성금을 보내다 정기 자동이체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안철수 교수의 주식 기부 이후 소액기부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에 새로 후원을 신청하는 경우는 5~10명 수준이었는데 올해에는 그 숫자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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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아몬드 브리지 걷기축제 중 '사랑의 쌀독' 행사 장면. 국제신문 DB |
굶주림없는 세상을 만들자며 지난 1991년 우리나라에서 창립된 굿네이버스는 전세계 25개국에서 구호와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불우이웃과 후원자의 결연을 통해 도움을 주고 받도록 한다. 굿네이버스의 후원금은 상당 부분이 소액기부로 충당된다. 후원자에 따라 5000원에서 몇 만원까지 기부한다.
소액기부자들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한 번 시작한 후원자들은 보통 수년씩 계속한다는 점이다. 또 소액기부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다. 넉넉한 중산층보다는 형편이 빠듯한 소시민들이 많다는 것도 소액기부자들의 특성이다.
굿네이버스 부산지부 관계자는 "소식지에 후원자 사례로 소개하려 해도 대부분 사양하는 경우가 많다. 적은 금액을 기부했다고 생각해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굿네이버스나 월드비전처럼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구호단체들은 "소액기부야 말로 세상을 밝게 하는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꾸준한 후원이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각박한 세상에 아직은 작은 희망이라도 비춰주고 있다는 것이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기부 소식이 들리면 후원 방법에 대한 문의가 조금 늘어난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폭발적인 소액기부 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그렇지만 꾸준한 소액기부처럼 의미있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물품을 기부하는 숫자도 늘고 있다. 지난 6일 열렸던 제3회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축제에서는 1200여 명의 시민들이 '사랑의 쌀독' 행사에 동참했다. 이날 모인 쌀의 무게만 600㎏에 이르렀다. 기증받은 쌀은 지역아동센터와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이날은 특히 젊은이들의 참여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한병협 부경대 홍보협력과 팀장은 "우리사회의 달라진 기부문화를 실감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 적십자 모금 80%가 소액기부…기부문화 확산 원동력
대한적십자사는 대표적인 구호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적십자사에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사람은 5만5723명이다. 부산에서는 4961명이 정기후원자다. 2011년 적십자사의 모금 활동자료에 따르면 전체 모금액의 79.5%가 소액기부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의 장석도 사회협력팀장은 "적십자회비는 8000원, 1만 원, 1만5000원 등 세 단계인데 참여율은 약 30% 수준"이라며 "과태료 납부율 등과 비교한다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는 32년된 성금통장이 있다. 바로 '생명의 금고' 프로그램이다. 매일 100원 씩 월 3000원이면 정기후원 회원이 될 수 있다.
생명의 금고는 1979년 시작됐다. 부산지역 시내버스 안내양들과 여공들로 구성된 근로청소년적십자단원들이 당시 심장병으로 사경을 헤메던 부산대 학생을 돕기 위해 통장을 만든 데서 비롯됐다. 수술비 마련을 위해 쉬는 날 여공들은 폐지를 모았고, 버스안내양들은 승객들이 버리고 간 재활용품을 모아 고물상에 팔았다. 이후 생명의 금고는 신부전증 골수염 백내장 등을 앓는 이웃들에게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제는 적십자사 봉사원들이 이어받아 생명의 금고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 정기후원 형태로 참여하는 시민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봉사원들이 구호 현장에서 빈곤층이나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적십자사 부산지사에 지원을 요청하고, 심의위원회를 거쳐 치료비를 모아 도와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부산지사는 지난해부터 '희망나눔 천사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소액을 기부받아 해당 학교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 기부, 부유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
영국에 뿌리를 둔 국제구호단체 자선지원재단(CAF·charities aids foundation)은 해마다 ▷기부행위 ▷자원봉사활동 ▷낯선 사람에 대한 도움 등 3가지 기준을 놓고 세계 153개국 대상으로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한다.
CAF가 발표한 지난해 순위를 보면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2010년 5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아일랜드가 2위, 호주는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57위였다. 2010년 81위에서 많이 올랐다. 놀라운 것은 스리랑카(8위)와 태국(9위) 등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는 국가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부와 자원봉사활동이 반드시 국가의 GDP 순위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2011 세계 국가별 기부지수 |
순위 |
국가 |
2010순위 |
1 |
미국 |
5 |
2 |
아일랜드 |
3 |
3 |
호주 |
1 |
4 |
뉴질랜드 |
1 |
5 |
영국 |
8 |
6 |
네덜란드 |
7 |
7 |
캐나다 |
3 |
8 |
스리랑카 |
8 |
9 |
태국 |
25 |
10 |
라오스 |
11 |
|
동아시아 국가 기부지수 세계 순위 |
국가 |
2011 |
2010 |
홍콩 |
11 |
18 |
한국 |
57 |
81 |
몽골 |
59 |
67 |
타이완 |
67 |
72 |
일본 |
105 |
119 |
중국 |
140 |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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