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 해운대교육지원청 강당에서 학부모 300여 명이 박성철 교사의 독서법 강연에 귀기울이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초등 3학년 이상은 SQ3R
- 목차 읽고 질문 통해 답 찾기
- 초등 1, 2학년은 KWL
- 목표 정하고 읽고 정리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영재로 키우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영재성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아이에게 지나치게 공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지난 9일 부산 해운대도서관과 해운대교육지원청은 '비타민 동화'의 작가 부산 동래초등학교 박성철 교사를 초청해 '내 아이 영재로 만드는 독서법' 특강을 실시했다. 박 교사는 영재교육의 기본으로 독서를 강조했다. 독서가 인성을 갖춘 제대로 된 영재를 만든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 교사의 강연 내용이다.

■독서가 '진짜 영재' 만든다

1995년까지 16년간 우편물 폭파사건을 일으켜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유나바머 테러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테러범은 놀랍게도 15세에 하버드대에 들어가 21세에 버클리대 교수가 된 천재였다. 그가 낸 수학과 물리학 분야 박사논문은 지도교수조차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전 세계를 경악시킨 테러범이 됐다.

당신의 자녀가 이런 영재가 되길 원하느냐? 다들 아닐 것이다. 영재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인성을 갖춘 영재가 돼야 한다. 그래서 독서는 매우 중요하다. 좌뇌가 발달하면 공부를 잘한다. 하지만 좌뇌만 발달한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창의력을 키우는 우뇌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교육의 80%는 좌뇌만 강조하고 있다. 가장 손쉽게 우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손으로 만져보는 조작활동이나 체험활동, 독서가 꼽힌다.

독서는 학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 논문이 중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독서와 학력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다. 도서관 이용 상위 10% 학생의 95%가 성적 상위 10% 내 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서 어떻게 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학년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①SQ3R

초등학교 3학년 이상부터 중학생에 맞는 독서법이다. 먼저 개관(Survey)하자. 바로 책을 읽지 말고 준비운동 격으로 먼저 목차부터 훑어보자. 목차를 보는 시간은 1~2분 정도. 다음은 목차에 대해 질문(Question)하게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책을 읽는다고 가정하자. 목차를 보고 자녀가 '왜 암탉은 마당을 나왔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하라. 독서는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음은 읽어라(Read). 읽을 때 밑줄을 치거나 별표 감탄부호 등을 써가며 읽으면 좋다. 질문에 대해 답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되새기고(Recite) 복습(Review)하자.

②KWL

초등학교 1~2학년에 맞는 독서법으로 SQ3R보다는 간단하다. K는 알고 있는 것(What I Know), W는 알고 싶은 것(What I Want to know), L은 배우게 된 것(What I Learned)을 뜻한다. 왼쪽과 같은 표를 작성해 책을 읽기 전 목표를 정하고, 책을 읽으며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며, 읽은 후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자. K는 배경지식을 활성화시켜주고 W는 독서의 목적을 설정하며, L은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지식으로 습득하게 된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 독서지도법이다.

독서기록장을 써야 하는가 학부모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 글쓰기 습관을 길러주기 때문에 좋긴 하지만 독서기록장을 쓰는 게 아이에게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독서기록장 쓰기 싫어 책을 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초등 저학년의 경우 권장하지 않는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 독서를 시킬 게 아니라 부모가 책을 읽어주어 아이가 책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 KWL 사례

◇ K(알고 있는 것)

-사자는 무서운 동물이다.

-사자는 아프리카에 많이 산다.

-암컷과 수컷의 모습이 다르다.


◇ W(알고 싶은 것)

-사자는 얼마나 빠르게 달리나?

-요즘엔 사자가 왜 많이 없나?

-사자가 싫어하는 것은?


◇ L(알게된 것 혹은 배운 것)

-사자는 아프리카의 초원과 칼리하라 사막에 많이 살고 있다.

-사자의 몸무게는 수컷이 240㎏, 암컷 180㎏ 정도가 되어 암수의 차이가 있다.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크며 목에 긴 갈기를 가지고 있다.


▶박성철 교사는

경남상고 2학년 때까지 야구선수였다 진로를 바꿔 부산교대에 진학했다. 운동을 하다 공부로 전환한 탓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지적 공백에 시달려 이를 악물고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다. 24살에 '사랑에 대한 177가지 사색' 출간을 시작으로 지난 15년간 40만 권 이상 팔린 '비타민 동화' 등 90권가량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현재 동래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