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하면 대개 국가유공자들만을 치료하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도 일반 병원에서 하는 일을 똑같이 합니다. 국가유공자들이 많다 보니 일반 환자분들이 조금 불편을 느낄만도 합니다만 병원 본연의 업무는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박순규(64·사진) 부산보훈병원장. 그는 특수한 성격을 지닌 병원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병원의 문턱이 높겠다는 질문에 먼저 손사래를 쳤다. 부산보훈병원은 질환의 진단 및 치료는 물론이고 타병원에서 하는 일반인 건강검진과 운전면허 획득을 위한 검사 등도 모두 처리하고 있다. 방문객의 20%가량은 일반인 환자다.
의료수준도 비슷한 규모의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필요한 장비는 모두 갖추고있다. 그럼에도 부산보훈병원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설립 목적이 애국지사 및 국가유공자들을 위해서라는 데서 비롯됐다. 그런만큼 2003년부터 3년간 부산대병원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09년 말 부임한 박 원장이 병원을 운영하는 자세와 각오도 남다르다.
"병원을 찾는 분들이 주로 국가 유공자들이라 치료와 예우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이 많아 더 조심스럽지요. 일제 강점기 때의 애국지사는 이제 남은 분이 손꼽을 정도고 베트남전만 해도 벌써 40년 전의 일이 아닙니까. 저도 이 병원에 몸을 담게 된 것에 대해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산보훈병원은 순환기내과와 심장내과 등이 강세다. 안과와 비뇨기과, 내분비내과 분야에서도 타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다만 박 원장은 정부로부터 예산지원과 감독을 받는 실정이다 보니 타 병원처럼 모든 진료과를 설치하기 어려운 것은 조금 아쉬운 점이라고 털어 놓았다.
박 원장은 현재 병원 리모델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해서 시설이 낙후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첨단 장비도 속속 들여올 예정이다. 박 원장은 수시로 부산지역의 보훈단체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나눈다. 이용자들의 진솔한 소리를 듣기 위해 상담실을 아예 병원장실 옆에 차려놓았다. 그는 이야기 도중 "보훈병원의 진짜 주인은 국가유공자"라는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 했다.
"제가 부산보훈병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쩌면 운명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애국지사인 장인과 며느리의 외조부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거든요. 전 직원들과 힘을 합쳐 더 열심히 국가유공자들을 돌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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