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부 정진화도 첫날 깜짝 5위
- 전웅태도 9위 올라 쾌조의 출발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근대5종 여자부에 출전한 김세희가 5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근대5종 펜싱 랭킹라운드 경기에서 폴란드 선수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문이 통했을까. 김세희(26·BNK저축은행)는 오른쪽 펜싱 장갑의 팔목 부분에 쓰인 글처럼 순간 온 힘을 다한 덕인지 근대5종 첫날 전체 2위에 올랐다. 김세희가 지금까지 거둔 랭킹 라운드 최고의 성적이다.

김세희는 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펜싱 랭킹 라운드 35경기에서 24승 11패(244점)를 기록, 아니카 슐로이(독일·29승 6패·274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함께 출전한 김선우(25·경기도청)는 19승 16패로 14위에 자리했다.

김세희 장갑에 새겨진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글귀. 연합뉴스

근대5종은 한 선수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 경기를 모두 소화해 최고의 ‘만능 스포츠맨’을 가리는 종목으로 첫날 펜싱 풀리그를 먼저 치른다. 본 경기 때도 펜싱이 열리지만, 승리 시 점수가 1점이라 최종 순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녀부 각각 36명의 선수가 에페 1점 승부로 모두 한 차례씩 맞붙어 기본 점수 100점에 이길 때마다 6점을 더 받는다.

김세희는 초반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2패밖에 당하지 않으며 선두를 달릴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반을 넘어서며 패가 다소 쌓이긴 했지만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이어가면서 좋은 성적으로 대회 첫날을 마무리했다.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으로 도쿄행 티켓을 거머쥔 김세희는 세계랭킹 31위로 사실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꼽긴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호성적으로 한국 여자 근대5종 첫 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역대 올림픽 출전 최고 성적은 2016년 리우 대회 때 김선우가 남긴 13위다.

경기를 마친 후 김세희는 “장갑에 쓴 글은 심리 담당 박사님이 뮤지컬 음악 ‘지금 이 순간’을 들어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생각나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이 경기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으니 후회하지 않게만 하자고 생각했다”며 “긴장감은 모두가 느끼는 거고, 조급한 건 메달을 목표로 하는 세계 1·2위 선수들이지 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섰더니 침착하게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남자 근대5종에 출전한 정진화(32·LH)도 펜싱 랭킹라운드에서 23승12패(238점)를 기록해 깜짝 5위에 올라 김세희와 함께 한국 근대5종 첫 메달 희망을 키웠다. 함께 출전한 ‘전웅태(26·광주시청)도 21승14패(226점) 9위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2016년 리우 대회 때 각각 17승, 13승에 그친 정진화와 전웅태는 이번에 훨씬 나은 성적으로 첫 라운드를 마쳤다. 당시 이들의 최종 성적은 각각 13위, 19위였다.

정진화는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이다. 현재 세계랭킹 4위인 전웅태는 메달을 노리고 있다. 세계랭킹 1위로 시즌을 마친 2018년에는 국제근대5종연맹(UIPM)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