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전 이랜드 기습에 2골 내줘
- ‘지배하는 경기’라는 목표 무색
- 베테랑 수비 공백 등 과제 산적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지난달 28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펼쳐진 서울 이랜드 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2부 리그) 2021시즌 개막전에서 0 대 3으로 영패하는 수모를 당해(국제신문 1일 자 15면 보도)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 체제하에 ‘젊고 강한’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랜드는 후반에만 장윤호의 중거리 슛(12분), 이상민의 헤딩 슛(후반 20분), 김정환의 돌파로 인한 쐐기 골(42분) 등 3골을 몰아치며 홈팬 앞에서 아이파크를 무릎 꿇게 했다. 아이파크가 1부 리그에서 강등된 만큼 2부 리그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를 무색게 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개막전에서 전반과 후반전의 경기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은 아이파크가 공격을 주도하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시작 직후 일부 실수가 있긴 했지만 상대 팀의 슈팅이 빗나가거나 잘 막아 실점 위기를 넘겼고, 곧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인 김진규에게서 최전방 박정인으로 연결되는 날카로운 패스가 여러 차례 보이면서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잘 풀어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후반전은 시작과 동시에 후방 빌드업에서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규에 집중되는 견제로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수비마저 흔들리자 상대 팀은 빠른 역습으로 응수했고, 결국 이에 당했다. 이날 3골 중 2골은 기습적인 역습에 의한 것이다. 좌우측 풀백인 박민규와 이상준이 윙어로 전진해 공격에 가담하는 움직임을 많이 보이면서 후방은 수비수 박호영과 발렌티노스만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올 시즌 미국프로축구(MLS) LA FC로 이적한 김문환 등 베테랑 수비수의 빈자리가 커 보이는 대목이었다.
흔들리는 멘탈도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멤버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인 젊은 선수들이다 보니 후반 12분 선취점을 뺏긴 뒤부터 우왕좌왕하다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취점을 내주면 대범하게 만회를 노려야 하지만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은 허점으로 작용, 대량 실점의 빌미를 주고야 말았다. 아이파크는 후반 22분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안병준을 교체 투입해 공격을 몰아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볼은 발에 맞지 않거나 골대를 넘기는 등 운도 지독히 따르지 않았다. 볼 점유율 57%, 슈팅 9개(이랜드 7개)같은 우위에도 유효 슛은 3개 대 4개로 밀리는 등 실리적인 축구를 하지 못했다.
페레즈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전반전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했다. 선수들이 요청한 대로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며 “이랜드는 강점인 역습 상황을 보여줬고 그것에 우리가 졌다고 생각한다. 공격과 수비에서의 조직력, 전환, 세트피스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수비 전환에서 부족한 점을 보여 보완할 예정이다. 올해 부산은 전반전 경기 내용과 같이 어디에서든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 게임을 마쳤을 뿐이어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페레즈 감독이 원하는 ‘지배하는’ 경기를 하고자 한다면 김진규에게 집중되는 견제를 분산시킬 전방에서의 활발한 움직임, 수비 보강, 어린 선수 위주 팀의 위기관리 능력 향상 등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전반전은 잘했다’에 만족하고 있어서는 1부 리그로의 재승격을 향한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