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코비치 “잘못된 행동” 사과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홧김’에 저지른 한순간의 실수로 US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340만 2000달러)에서 실격패하며 통산 18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의 기회를 놓쳤다.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경기 도중 노바크 조코비치가 자신이 친 공에 맞아 쓰러진 선심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톱시드 조코비치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7일째 남자 단식 4회전(16강)에서 20번 시드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27위·스페인)와 맞붙었다. 그간 부스타를 상대로 3전 전승을 기록 중이던 조코비치는 1세트 게임 스코어 5-4로 앞선 채 맞은 상대 서브 게임에서 40-0의 세트 포인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여기서 5차례 연속 포인트를 내줘 게임 스코어 5-5 타이를 내줬다.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도 져 5-6으로 밀리며 세트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조코비치는 순간 흥분했는지 베이스라인 뒤로 공을 쳐 보냈는데, 이게 선심의 목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경기는 중단됐고, 심판은 조코비치의 실격패를 선언했다. 조코비치가 한동안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코비치가 의도적으로 선심을 공격한 것은 아니지만, 테니스에서 홧김에 친 공으로 심판 등 코트 내 경기 진행 요원을 맞히는 행위는 실격 대상이다. ESPN에 따르면 2017년 데이비스컵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17위·캐나다)가 실수로 심판 얼굴을 공으로 맞혀 실격당한 바 있다. 1995년 윔블던에서는 팀 헨먼(은퇴·영국)이 복식 경기 중 볼걸을 맞혔다가 마찬가지로 실격당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탈락한 것은 물론 16강까지 올라오며 쌓은 랭킹포인트와 상금도 받지 못한다. 이로써 조코비치의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과 연승 행진이 모두 멈췄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통산 18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 1, 2위인 20회의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 19회의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격차를 좁힐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올해 전승 행진도 26경기에서 끊겼다. 지난해 경기까지 더하면 29연승에서 멈췄다.

조코비치는 경기 뒤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선심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다가갔다. 주최 측이 그녀가 괜찮다고 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결코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다. US오픈 주최 측에도 사과드린다”고 썼다.

페더러가 무릎 부상으로, 나달은 코로나19 여파로 불참한 상황에서 조코비치마저 실격패로 탈락하면서 이번 대회 남자 단식 우승은 ‘뉴 페이스’가 차지할 것이 분명해졌다. 현재 대진표에 남은 선수 가운데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이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