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수하거나 운동 꿈 포기할 판
- 지역 대학도 인재 문호 넓혀야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에 중단된 대회가 오는 9월에 열린다는데, 이 대회조차도 확정이 아니라서 어떻게 바뀔지 몰라요.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흔적 없이 사라질까 봐 불안 속에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21일 만난 지역 동계 종목 A 코치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학교 체육 대회가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초조해하는 학생들의 분위기를 이와 같이 전했다. 지난 6월부터 각급 학교가 순차적으로 개학하면서 학교 체육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대부분은 대회 개최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학생 선수들의 진학과 취업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A 코치의 설명이다.

A 코치의 지도를 받는 B 군은 이날 “메달을 따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너무 초조하다”면서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최악의 경우 재수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동계 종목의 시즌은 보통 10월 초에 시작해 이듬해 4월 초에 끝난다. B 군 같은 고3 학생은 예년 같았으면 현재 대부분의 대회를 끝내고 대입을 위한 대회 성적 요건을 충족한 상태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열릴 예정이던 스피드 스케이팅 초·중·고 실업연맹 대회, 쇼트트랙 종별 선수권과 종합 선수권 겸 대표 선발전, 피겨 종별 선수권이 이달까지 중단됐다.

대한빙상연맹은 중단된 대회 일정을 8월 이후로 잡았지만 이마저도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연맹 홍보팀은 “감염병 위기 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유지되어 다수가 모여야 하는 대회인 만큼 일정과 장소를 확정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 대학엔 동계 종목 특기생을 뽑는 곳이 거의 없어 인재 유출도 불가피하다. C 군의 경우 “부산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데 지역 대학 동계 종목팀이 없다. 대학을 가려면 타지역 특기생으로 가든지, 부산에 남아 학교를 다니려면 체육 관련 학과 입시 실기를 따로 준비해야 해 진로 고민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동계 종목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하계 종목도 학생 선수들의 진학과 취업에 비상이 걸린 건 매한가지다. 지난 20일 대한수영연맹이 제39회 대통령배 전국수영대회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제101회 전국체육대회, 제49회 전국소년체육대회, 2020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 각종 종합대회를 비롯해 초·중등 전국 축구대회는 아예 올해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의 사상 첫 취소에 입상 실적이 없는 지역 학생 선수들은 애가 탈 지경이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제101회 전국체전에 참가 예정이었던 지역 고등학생은 41개 종목에 96개 팀 1112명이며, 소년체전 출전을 준비하던 중학생도 36개 종목에 191개 팀 2200명에 달한다. 각 대회 입상 성적은 학생 선수의 상급학교 진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 체전 취소로 인해 이들의 입시전략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일부 대회가 열리더라도 오는 9월 학생부 마감일까지 수상 이력을 기재해야 하기에 학교와 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지역 체육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입상 기록이 있는 학생 선수는 입시에 다소 여유롭지만,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회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사회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회 때마다 성적을 강요하는데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희망을 갖고 운동할 수 있는 진학 환경 개선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빙상연맹은 지역 대학에 동계 종목 창단에 발벗고 나섰다. 연맹 측은 “지역 대학 동계 종목 창단을 위해 시체육회 학교 정부 등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서 “다만 대학 운동부를 만들려면 교육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소요기간이 2년 걸린다. 빠른 시일 내에 창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