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릴리프·마무리 가능 기대감

- 부상 복귀 후 지난 시즌 부진
- 성적 집착 않고 팀 기여 다짐

“지난 시즌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시즌 중 부상에서 돌아와 남은 기간 무리하지 않고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했는데 성적에 집착하다 보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올 시즌은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팀 상위권 도약에 디딤돌이 되고 싶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박진형이 호주 애들레이드 전지훈련장 더그아웃에서 손목과 팔꿈치, 어깨를 강화하는 튜빙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박진형은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 비치 스프링캠프(전지훈련)에서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한 아쉬움과 올 시즌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그는 “2018시즌 중에 어깨 통증으로 재활에 매진해야 했고 1년 가까이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면서 “복귀 후 통증이 사라지자 승부욕이 불타오른 게 화근이었다. 그동안 강했던 황재균(KT)에게 동점 포를 계속 허용하고 이성열(한화)에겐 끝내기 만루포도 얻어맞았다. 결국 멘탈이 무너졌고 스트레스 또한 엄청 받았다”고 자책했다.

박진형은 2013년 육성선수로 입단,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를 받고 2014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015시즌 1군에 첫발을 들인 박진형은 이듬해 생애 처음 선발로 등판한 두산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2017시즌에는 전반기 선발의 한 축으로 활약하다가 후반기에 필승조로 보직을 바꿨다. 9월엔 10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는 등 후반기 31경기에서 3승 1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17로 호투해 5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꾸준한 재활로 통증에서 벗어난 박진형은 3년 만에 다시 롯데의 가을야구를 꿈꾼다. 호주 전지훈련을 앞두고는 사이판에 개인 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비시즌 해외 훈련은 처음이었다. 더운 나라에서 몸을 잘 만들고 왔기에 올 시즌이 기대될 정도다. 호주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는 만큼 팀 믿음에 꼭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박진형은 지난 2일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비치 다이아몬드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6회 초 1사에 구원으로 올라와 두 타자를 포크볼로 요리했다. 특히 첫 타자를 상대해서는 초반 투 스트라이크를 포크볼로 잡았고 결정구 역시 128㎞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이날 유튜브 생중계로 해설한 성민규 단장은 “박진형은 포크볼이 장점이다. 자유자재로 포크볼을 구사할 수 있어 타자들이 쉽게 방망이를 내기 힘들다. 개막 이후 박진형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선발 자원으로도 활용 가능한 박진형은 롱릴리프(경기 전반에 투입돼 여러 이닝을 던지는 구원 투수)뿐만 아니라 마무리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허문회 감독의 총지휘 아래 전 포지션에 무한 경쟁체제를 가동하는 롯데로서는 다양한 옵션이 가능한 박진형에게 끝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진형의 부활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박진형이 다시 마운드를 지켜준다면 롯데는 올 시즌 편안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건강하게 돌아온 박진형이 롯데 도약을 이끌 키워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애들레이드=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