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류 때까지 체력 관리가 관건

8년 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최고 스타는 박지성이었다. 세계 최고 클럽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은 대표팀 전체 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지만, 매 경기에서 수준 높은 한판 승부를 펼쳤다. 아시아 선수들에게 공포를 넘어 경외의 대상이던 박지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시안컵 개막을 3일 앞둔 2일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황의조(뒷줄 왼쪽)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셰이크 자예드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젠 그 바통을 손흥민(27·토트넘)이 이어받았다. 당시 19세 유망주에 불과했던 손흥민은 이제 어엿한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지난달 리그에서만 6골 3도움을 몰아쳤고, 유럽 통산 100호 골의 금자탑까지 세웠다. 새해 첫 리그 경기인 2일 카디프시티전에서도 1골 1도움으로 쾌조의 몸 상태를 이어갔다. 결과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순간적인 움직임은 파괴력이 넘쳤다.

손흥민의 활약은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친 축구 대표팀에게 희소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사우디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골문으로 향한 슈팅이 한 개도 없어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아시안컵 조별 예선에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등 약체들과 만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지만, 진짜 우승 경쟁이 시작될 16강 토너먼트부터는 손흥민의 활약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은 쳐진 대표팀 분위기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 팀들에게 경계 대상 1순위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집중 견제를 받을 손흥민이 수비수 2, 3명을 달고 다니면 황의조(감바 오사카)나 황희찬(함부르크) 등 공격수들도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해진다. 주장이자 에이스가 합류해 팀이 완성체로 거듭난다는 상징성도 있다.

아시안컵 출전 때까지 손흥민의 남은 과제는 체력 관리다. 그는 지난해 11월 25일 첼시전부터 이날 카디프시티전까지 39일간 12경기를 소화했다. 3일에 한 경기꼴로 나온 셈이다. 더군다나 소속팀에서 세 경기를 더 치러야 오는 14일 결전지 UAE(아랍에미리트)로 입성할 수 있다. 팀이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어 남은 경기를 모두 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7일 필리핀과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르는 대표팀은 손흥민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어야 한다.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