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 하면 1986년 피파(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 출전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160㎝대 작은 키를 가진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와의 8강 경기에서 손을 이용해 골을 넣어 2-1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신의 손은 손을 이용해 골을 넣는 행위를 이르는 축구 용어로 자리 잡았다.

●원조 신의 손

사실 원조 신의 손은 따로 있다. 최배달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최영의다.

최영의는 1946년 맨손으로 소의 뿔을 부러뜨리는 힘과 기술을 바탕으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도 ‘극진가라데’를 창시했다.

그는 유도 검도 복싱 쿵후 등 수많은 무예 고수들과 수백 번의 대결을 펼쳤다. 실전에 가까운 격투였지만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는 신화를 남겼다.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무도를 중요하게 생각한 그는 이를 극진(極眞)이란 말로 표현했다.

이런 그에게 내려진 칭호가 신의 손이었다. 만화, 영화 등으로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기도 했다.

극진가라데는 그의 손 아래 1950년대부터 전 세계로 뻗어 나갔고 120여 개국에서 1400만 명이 수련하고 있는 무예로 발돋움했다.

●실전 무예 극진가라데

	허동호 국제공수도연맹 극진회관 부산지부장. 김민훈 기자

부산에서도 그의 정신을 이어가는 무예 고수가 있다. 허동호(37) 국제공수도연맹 극진회관 부산지부장 이야기다.

2003년 극진가라데에 입문한 그는 2004~2006년 전 한국 극진공수도 선수권대회를 3연패 했다. 2007년에는 제9회 전 세계 오픈 토너먼트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최영의에 이어 2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장규 국제공수도연맹 극진회관장으로부터 2016년 사사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주연배우 양동근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지난 19일 부산 남구의 한 도장에서 그를 만났다. 처음 만났지만 단단한 그의 몸에서 풍기는 강인함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우선 허 지부장에게 극진가라데를 배웠다. 기본적인 자세, 손발 타격, ‘오쓰(壓忍)’라는 인사말 등 모든 게 생소했다.

태권도 등 다른 무예와 달리 양발을 45도씩 꺾어 낭심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발차기를 막는 기본자세부터 익숙하지 않았다. 최영의가 강조한 실전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엉성한 기본자세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누를 압, 참을 인을 써서 일본말로 ‘오쓰’라 부르는 인사말도 어색했다. ‘네’라는 말 대신 오쓰를 쓰면서 감사 존경 인내 등을 표현한단다.

이 가운데 압권은 극진가라데만의 신체 단련법이었다. 허 지부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모래 망태.

직접 타격해봤다. 돌에 양손을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발로 찰 때는 ‘악’ 소리가 절로 났다. 허 지부장은 “일반인이 잘못 차면 다리뼈가 부러진다”며 말렸다.

20분의 짧은 수련을 마친 뒤 15년째 극진가라데를 수련 중인 허 지부장과 대련을 펼쳤다.

말도 안 되는 대련이었지만 오기로 그에게 덤볐다. 결과는 내동댕이였다. 그는 흐트러진 중심을 무너뜨렸고 이내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압박했다.

	허동호(왼쪽) 지부장과 수련 중인 기자. 김민훈 기자

●격투기 선수도 반했다

뒤늦게 팀매드 소속 격투기 선수 유상훈(28)이 합류했다.

유상훈도 허 지부장에게 극진가라데를 배웠다. 평소 손을 사용한 타격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유상훈은 손 단련법도 함께 익혔다.

허 지부장은 도장 구석에서 작은 합판을 들고 왔다. 양손을 말아 주먹 쥐고 합판 위에 올린 채 엎드려 뻗쳤다.

허 지부장의 독특한 단련법에 유상훈도 놀란 눈치였다. 낯선 단련법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손에 통증이 많이 전달된 것이었다.

허 지부장은 “이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면 강하게 손을 단련시킬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두 사람의 대련도 극진가라데 룰로 진행됐다. 가볍게 탐색전을 가진 둘은 이내 화려한 발차기로 서로를 타격했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유상훈은 “극진가라데를 하는 허 지부장이 상대를 속이는 페인팅을 능수능란하게 했다. 또 로우킥을 차면 타이밍에 따라 허벅지로 가볍게 받아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은 극진가라데가 아주 매력적인 운동임을 보여준다. 종합격투기에서도 충분히 도움 될 만한 기술이 많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허동호(왼쪽) 지부장과 수련 중인 기자. 김민훈 기자

다음은 허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극진가라데 입문 계기는.

▶2002년 군인 시절 극진가라데 붐이 일어났는데 당시 인간극장에서 처음 접했다. 전역 후 바로 입문했다. 원래 꿈은 경호원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경호원보다 극진가라데로 진로를 확정했다.



-15년 동안 수련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무엇인가.

▶내 성격이 활발한 것은 아니었다. 최영의 총재 명언 중 ‘육체가 강해지면 정신이 강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수련을 통해 육체가 튼튼해지면서 내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대련이 아닌 실제 싸운 적도 있는가.

▶그런 상황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싸워서 이긴다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시대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어설프게 수련해서 강해지면 싸우기 마련이다. 진정한 고수는 그 단계를 넘어서 시비가 붙지 않게 만든다. 나도 자연스레 싸울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게 됐다.



-후학을 양성 중인데 무엇에 주안점을 두는가.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꼽자면 인격을 본다. 실력은 한 끗 차이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춰야 탄탄한 무도인이 될 수 있다.



-운동하면서 다친 적은 있는가.

▶처음에 대련할 때 워낙 험하게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다쳐봤다. 특히 낭심을 한번 잘못 맞아 큰일 날 뻔했다. 세상이 까매지더라.



-극진가라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누구는 이 무예를 일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배달 총재가 만든 무예다. 2대 관장도 한국인이다. 일본 무예라고 생각하시지 말고 한국인 최배달 총재가 만든 무예로 봐달라. 오시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