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팬은 “NBA보다 더 박진감”
- 사직체육관 모처럼 활기 되찾아
- 올시즌 홈 평균 관중 10% 증가

- 훈남선수 활약도 인기몰이 한몫
- 허훈 “만원 관중 앞에서 뛰고파”

“팍팍 쏘고 쑥쑥 들어가니 꿀잼이네요.”

프로농구 부산 kt가 진격의 공격 농구로 올 시즌 코트 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t표 닥공(닥치고 공격) 농구’에 매료된 부산 팬들도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

지난 1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 창원 LG의 경기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kt는 17일 3라운드 현재 23경기에서 14승 9패로 단독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10월 개막한 리그가 어느덧 중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5년 만의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거란 전망도 갈수록 밝아진다. 하위권을 맴돌던 최근 수년 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한 면모다.

확 바뀐 부산 농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서동철표 ‘양궁 농구’가 지역 농구팬들에게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고, “직관(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할 맛 난다”는 반응에 농구장을 찾는 발길도 이어진다.

지난 16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전에도 수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쌀쌀한 날씨에도 3148명의 관중이 모였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그간 농구를 안 봤는데 요즘 농구가 재밌다”고 입을 모았다. kt 농구에 매료된 대구 팬도 있었다. 최현주(여·40·대구) 씨는 “대구에는 농구팀이 없어 kt를 응원한다. 한국 농구는 미국 NBA보다 지루하다는 말이 많은데 막상 와서 보니 엄청 박진감 넘친다”고 웃어보였다.

실제로 올 시즌 kt의 홈 관중 수는 증가 추세다. 지난 LG전을 비롯해 13경기에 총 3만5188명이 입장했다. 경기당 2707명으로 지난 시즌 홈 27경기 평균 관중보다 10%가량 늘면서 kt 관계자들도 웃음짓고 있다. 팀의 상승세를 고려할 때 관중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의 비결은 3점슛 중심 ‘닥공 농구’다. kt는 경기당 평균 90점(2위)의 득점을 올리는 동시에 실점도 90.5점으로 가장 많다. 모두 681개의 3점슛을 쏴서 251개나 림에 꽂았다. ‘많이 넣고 많이 얻어맞는’ 농구는 화끈한 부산 팬들의 마음을 경기장으로 되돌려 놓은 비결로 꼽힌다. 약점이던 수비는 점점 안정세로 접어들어 전력 불균형 우려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양홍석 허훈 등 훈남 스타플레이어의 성장도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마커스 랜드리, 데이빗 로건 등 믿음직한 용병의 가세도 힘을 보탠다. 특히 양홍석은 이날 오후 현재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를 달릴 정도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서동철 감독은 학생 팬들이 농구장을 더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어린 학생들이 경기장에 더 많이 와주면 부산에 더욱 큰 농구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허훈도 “부산 팬들이 굉장히 냉정하시더라. 지든 이기든 홈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며 “사직체육관이 꽉찬 상태에서 농구를 해 보는 것이 올 시즌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부상중인 허훈이 코트에 복귀할 때쯤이면 그의 바람대로 사직에도 만원 관중이 몰아칠까. ‘팬의 열정이 강팀을 만든다’는 명제를 부산시민이 증명할 차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