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팬부터 중년 등 500명 운집
- 장현수에 “고생 많았다” 응원
- 이승우에 인형 전해달란 팬도
- 일부 팬 날계란·베개 던져 눈살

- 손흥민 “독일전에서 희망 봤다
- AG 출전은 감독님이 뽑아줘야”
- 조현우 “아내에게 감사 인사를”

똑같이 16강에서 탈락해도 민심은 달랐다. 4년 전 태극전사들에게 ‘호박엿’을 던졌던 축구팬들이 이번엔 응원을 보냈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둔 ‘투혼’에 박수 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불만을 가진 일부는 날계란과 베개를 던지기도 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선수단을 대표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여정을 마친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이 2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500여 명의 팬은 2시간여 전부터 입국장에서 진을 쳤다. 소녀팬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까지 해단식 자리를 지켰다.

분위기는 4년 전과 달랐다.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2014 브라질월드컵(1무 2패)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는 조롱의 뜻이 담긴 호박엿이 날아들었다.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고 검은 글씨로 쓰인 플래카드도 보였다.

이날은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팬이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정몽규는 사퇴하라”고 외치자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팬은 “오늘은 축하만 해줍시다. 독일도 이겼잖아요”라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수비수 장현수(FC도쿄)에게도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 소녀팬은 취재진에게 “이승우 선수에게 대신 전해주세요”라며 인형을 건네기도 했다.

다만 일부 팬은 손흥민이 인사말을 하기에 앞서 날계란과 베개를 투척해 선수들이 당황했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행복한 6월을 보내게 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한다. 마지막 독일전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또 “스웨덴전 패배는 아쉬웠다.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가 많아서 긴장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아쉽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선발에 대해서는 “김학범 감독님이 뽑아주셔야 갈 수 있다”고 했다.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골키퍼 조현우(대구)도 유럽 진출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더 유명해져서 유럽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은 마음고생한 와이프(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장현수는 입국장에서 받은 환호에 대해 “이렇게 많이 오셔서 환호해주실 거라 생각 못 했다”면서 “팬 여러분이 있어서 우리도 있다”고 말했다. 잠시 감정이 북받치는지 크게 한숨을 쉰 그는 “안 좋은 경기력 속에서 팬 응원이 있어서 독일전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독일전을 통해 안 좋은 부분을 조금이라도 씻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월드컵 출전 때문에 독일 분데스리가 이적을 포기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확실히는 모르겠다”면서 “경기를 뛸 수 있는 곳에서 계속 뛰겠다. 거취는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