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승패 떠나 한마음 응원

- 김해·진주·밀양도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밤 10시 10분께 부산 동래구 사직동 아시아드 주 경기장. 구자철 선수가 골문 앞에서 골을 놓쳤는데도 되레 응원의 함성이 터졌다. 응원단장은 없었다. 그저 한 골을 위한 시민의 마음이 모여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응원의 열기는 호루라기 소리로 고조됐다. 태극기 두 개를 휘두르며 호루라기를 부르는 최종혁(45) 씨의 힘찬 소리에 맞춰 함성은 더욱 커졌다. 후반 20분 우리나라가 페널티킥으로 골을 먹은 순간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의 첫 경기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3000여 명의 시민이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 모였다. 학과 소개팅으로 만났다는 8명의 대학생 무리는 빨간 옷을 맞춰 입고 응원전에 나섰다. 양태규(23) 씨는 “다들 이번 경기에서 질 거라고 많이 예상하더라. 이를 뒤엎고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옷까지 맞춰 입었다”고 말했다. 망원 안경까지 동원해 응원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 이재민(55) 씨는 “5년 전에 아이파크 축구 경기를 할 때 산 망원 안경을 지금까지 톡톡히 사용하고 있다. 집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경기는 사람과 함께해야 제맛”이라고 응원에 집중했다.

아시아드주경기장 근처 치킨 가게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치킨 가게 주인인 이모(43) 씨는 “오늘 주문은 더 안 된다. 오랜만의 월드컵 특수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장 앞 분식 닭꼬지 등 노점에도 불이 났다. 전반전 경기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지자 시민은 요깃거리를 찾아 나섰다. 김혜경(27) 씨는 “집에서 먹을 것을 미리 싸 왔는데, 벌써 다 먹었다. 비싸지만 맥주 사러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월드컵이 열렸을 때와 달리 올해는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 이런 영향을 받아 과거 거점지역에서 열렸던 야외 응원전이 대폭 줄었다. 올해는 아시아드주경기장과 광안리해수욕장에서만 대규모 응원전이 열렸다. 수영구는 광안리해수욕장 상설무대 바로 옆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월드컵 경기를 방송했다. 이 스크린은 가로 6.4ｍ, 세로 3ｍ 크기로 평소에 ‘바다빛 미술관’ 용도로 영상 미술작품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2014브라질월드컵이 열렸을 때 거리 응원전을 준비한 해운대구와 금정구는 올해는 행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당시 해운대구는 해운대 백사장에 500인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바람개비로 태극기 문양을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월드컵 분위기 고조에 앞장섰던 것과 딴판이다. 금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온천천과 스포원 등에서 펼쳐졌던 대규모 응원전은 올해 볼 수 없다.

이날 경남 진주종합·김해공설·밀양무안공설·거제종합운동장과 함안체육관, 창녕관조마트 주차장에서도 응원전이 펼쳐졌다. 함안체육관에선 오는 24일 자정(멕시코전), 27일 밤 11시(독일전)에도 단체 응원전이 열린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