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갈 3:3 스페인

- 호날두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
- 포르투갈-스페인과 무승부 견인
-‘축구의 신’ 경쟁에서 한 발 앞서

# 아르헨티나 1:1 아이슬란드

- 메시, 중거리포 실패 · PK 실축
-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와 비겨
- “호날두 활약에 중압감 느낀듯”

현대 축구의 ‘신’은 딱 두 명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 지난 16일 한 명만 웃었다. 호날두는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폭발해 3-3 무승부를 이끌었다. 말 그대로 ‘호르투갈(호날두+포르투갈)’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이슬란드와의 D조 1차전에서 페널티킥에 실패하자 고개를 떨구고 있다. TASS 연합뉴스(왼쪽),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16일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1차전에서 전반 4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반면 메시는 아이슬란드의 얼음수비에 얼어버렸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메시가 호날두의 활약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약 33만 명에 불과하다. 파나마와 함께 월드컵 첫 출전국이다. 5위 아르헨티나와는 전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막상 뚜껑을 열자 바이킹의 후예들은 ‘겨울 동화’를 쓸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 지난 16일 밤 10시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긴 것이다.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궤로에게 선제골을 내준 아이슬란드는 전반 23분 알프레드 핀보가손의 극장골로 기적의 ‘승점 1’을 챙겼다.

메시는 페널티킥 실축은 물론 헛발질까지 했다. 같은 날 새벽 스페인전에서 3골을 넣은 호날두와 비교돼 자존심에도 상처가 났다.

메시는 이날 엄청난 중압감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을 메운 관중들도 “메시”만 외쳤다. 메시는 그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최악의 모습도 보였다. 1-1로 맞선 후반 17분 메시가 찬 페널티킥은 상대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33분엔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후방 패스를 받아 슈팅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며 헛발질을 하는 굴욕까지 보였다. 메시는 후반 막판 수차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는데 모두 골대를 벗어났다.

메시의 표정에선 초조함이 묻어났다. 후반 추가시간에 얻은 프리킥 기회에선 생각에 잠긴 듯 공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주심이 경기 휘슬을 불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만큼은 메시는 축구의 신이 아니었다.

점유율에선 아르헨티나가 72%-28%로 압도했다. 슈팅에서도 26-9로 크게 앞질렀다. 아르헨티나가 718번의 패스를 시도하는 사이 아이슬란드는 189번의 패스만 했다. 반면 실리는 아이슬란드가 챙겼다. 유로 2016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오른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이날도 적중했다.

메시는 미국 ESPN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고통스럽다. 내가 페널티킥에 성공했다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었다”며 “우리가 승점 3을 얻지 못한 건 내 책임이다”라고 자책했다. 동료인 아궤로는 “페널티킥 실수로 ‘메시도 인간이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호날두는 역대 월드컵 최고령(33세131일) 해트트릭 기록도 새롭게 썼다. 종전 기록은 네덜란드의 롭 렌센브링크가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 이란전에서 세웠던 30세335일이다.

FIFA가 발표한 경기 기록에 따르면 호날두는 스페인전에서 95분 동안 8723ｍ를 뛰었다. 메시는 96분 동안 7617ｍ를 움직이는 데 그쳤다. 메시의 활동량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 중 9번째로 적다. 메시보다 적게 뛴 선수는 54분만 뛴 루카스 비글리아뿐이었다. 76분을 뛰고 교체된 앙헬 디 마리아도 메시보다 많이 뛰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