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 연속 본선행 자긍심 가져야
- 신태용 감독 큰 사고 칠 것 같다”
- 오늘 니즈니서 1500여명과 응원
- 스타디움 주변 태극기 등 휘날려
- “스웨덴전 일당백의 역할 할 것”

2018 러시아월드컵이 ‘붉은 악마’의 함성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첫 경기가 열리는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는 이미 국내에서 출발한 ‘열두 번째 태극전사’의 물결로 넘쳐난다.

	‘붉은 악마’ 회원 반우용(오른쪽) 씨가 지난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손흥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반우용 씨 제공

지난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반우용(46) 씨는 벌써 다섯 번째 월드컵 원정 응원에 나선 마니아다. 프랑스(1998년)와 독일(2006년)·남아프리카공화국(2010년) 브라질(2014년)에 이어 러시아까지.

반 씨는 과거 프로축구 부산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의 서포터즈클럽인 ‘로얄패밀리’ 회장 출신이다. 처가가 부산이다. 첫 직장생활도 부산에서 했다. 2015년까지 ‘붉은 악마’ 의장을 지낸 전국구 인사이기도 하다.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지난 8일 귀국해 부산 광안2동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반 씨는 17일 기자와 SNS를 통해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물리치자 홈 팬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관광객들이 축구를 매개로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반 씨는 출발 직전까지 ‘한국이 3전 전패할 텐데 뭐하러 가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승패를 떠나 축구 자체를 즐기고 싶다”고 답했다. “항상 꿈꿉니다. 능력만 된다면 지구상의 모든 축구 경기를 보는 장면을. 이건 중독입니다(웃음). 그래서 담배 안 피우고 커피값 줄여서 경비를 마련했어요.”

그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러시아행을 준비했다. “월 20만 원을 꼬박꼬박 저축했습니다. 19박20일 동안 러시아에 체류할 예정인데 경비는 600만 원 중반대로 예상합니다. 2022 카타르월드컵도 꼭 갈 겁니다.”

반 씨는 지난 16일 우리나라의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극전사들을 만났다. “사실 9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자긍심을 가질 만합니다. 패해도 괜찮으니 열심히만 뛰어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응원했어요. 다행히 우리 선수들 분위기가 밝았습니다. 느낌도 좋았고요. 신태용 감독이 큰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6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미닌&포자르스키 광장에 위치한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트에서 축구팬들이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 씨는 17일 오후 모스크바를 거쳐 니즈니노브고로드에 도착했다. “큰 줄기인 볼가강과 오카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니즈니 스타디움 주변에는 태극기와 스웨덴 국기가 잔뜩 걸려 있어요. 주요 호텔에는 체크인하려는 스웨덴 팬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붉은악마 응원단 80여 명도 18일 오전까지 이곳에 도착해 현지 교민 1500여 명과 단체 응원전을 펼친다. 반 씨는 “붉은악마는 언제나 그랬듯이 일당백의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보다 더 힘들고 지친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그들의 뒤를 지킬 것이다. 국민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 월드컵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