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 흐르며 앙숙서 지기로 변신
- “파머와 니클라우스같은 관계다”

‘라이벌’에서 ‘브로맨스’ 관계로 변한 타이거 우즈(43)와 필 미컬슨(48·이상 미국)이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명승부를 약속했다. 둘은 “1 대 1 매치로 승부를 가리자”는 농담 섞인 이색 제안도 했다.

타이거 우즈(왼쪽)와 필 미컬슨이 지난달 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연습 라운드에서 같은 곳을 보고 있다. 국제신문 DB

우즈와 미컬슨은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2라운드에서 한 조에 묶였다. 둘이 가장 최근 동반 플레이를 한 것은 2014년 PGA 챔피언십이 마지막이었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컬슨은 “뉴스를 보니 조 편성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며 “이럴 거면 아예 다른 것은 다 제쳐놓고 1 대 1 매치로 승자가 우승하는 방식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또 “우즈가 나를 (맞상대로) 원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우리가 최종 라운드에서도 맞대결하게 되면 더 많은 관심이 쏠리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부풀렸다.

우즈 역시 미컬슨의 ‘1 대 1 매치’ 제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동반 플레이를 하면서) 미컬슨이 불편해할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보겠다”고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우즈는 또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선수 생활 내내 이런 경기를 즐겨왔다”면서 “1·2라운드도 좋고 최종 라운드도 좋다. 쉽지 않은 경쟁자이지만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우즈와 미컬슨은 총 35차례 동반 라운드를 했다. 승패는 16승 4무 15패로 우즈가 근소하게 앞선다. 전체 투어 우승은 우즈가 79승으로 미컬슨(43승)과 차이가 크다.

우즈와 미컬슨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문난 앙숙이었다. 2013년 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닷컴은 ‘우즈의 적수들’이라는 기사에서 우즈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 ‘톱10’을 선정했는데 그중 1위가 미컬슨이었다.

2008년 우즈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미컬슨을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비열한 녀석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 우즈가 “윌리엄스의 말에 실망했다. 미컬슨은 내가 존경하는 선수”라고 해명했지만 둘 사이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껄끄럽던 둘의 관계는 40대 중·후반이 되면서 부드러워졌다. 올해 4월 마스터스에서는 함께 연습 라운드도 했다.

우즈는 이날 “허리 부상으로 고전하던 2015년에 미컬슨이 용기를 북돋워 주는 메시지를 많이 전해줬다”며 “그때 칩샷이 잘 안됐는데 미컬슨이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미컬슨 역시 “우즈가 골프라는 종목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다시 나오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