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후배선수 상담역할 자청
- 개인기록보단 팀 우승에만 집중

“올해는 ‘웃긴 아재’로 불러 주이소.” “후배들 고충상담소장이 제 역할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5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스윙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6회 등판한 손승락이 역투하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36)와 손승락(36)은 선수단 주장과 투수조장이다. 2년째 중책을 맡았다.

이대호는 주장의 콘셉트를 ‘군기반장’에서 ‘웃긴 아재’로 바꿨다. 그는 5일 “해외 진출 이전에 엄하고 무서운 이미지였다면 요즘은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대호는 지난 4일 청백전에서도 타석에 들어선 동료나 마운드에 선 투수에게 쉴 새 없이 농담을 날렸다. “직구 들어올 타이밍이제?” “좋다, 좋다, 공 좋다!” 승패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려면 즐겨야 한다는 게 ‘캡틴’ 이대호의 소신이다.

‘마운드의 리더’ 손승락도 비슷하다. 올해는 2차 드래프트와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로 새 얼굴이 늘어나 그의 역할이 더 늘었다. 외국인투수 펠릭스 듀브론트가 대만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을 때도 가장 먼저 말을 붙인 건 손승락이었다.

“궁금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마무리 투수니까 네 승리를 지켜주겠다’고 했더니 웃었습니다. 기술적인 조언은 코치님이 해주시니까 저는 투수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으려 합니다.”

두 선수는 이날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 나란히 나섰다. 희비는 엇갈렸다. 4번 지명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6회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1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한 이닝을 끝냈다. 손승락도 올해 첫 실전 등판한 지난달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두 선수 모두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이라 걱정은 없다. 이대호는 “지금은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본다. 모든 초점을 개막전에 맞추고 있다. 아픈 데가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손승락도 “컨디션이 최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동갑내기인 두 ‘캡틴’은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손승락은 지난해 37세이브를 올리며 롯데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독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했다.이대호도 국내 복귀 첫 시즌에 타율 0.320에 34홈런 111타점으로 강타자의 조건인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통산 5번째 골든글러브도 거머쥐었다.

손승락은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체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켜보시는 분들도 걱정보다는 좋은 에너지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인 목표를 모두 내려놓은 마음가짐도 닮았다. 두 선수는 미리 입을 맞춘 듯이 우승을 이야기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우승만 바라보고 갑니다.”

오키나와=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