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앞 선수가 속도 조절
- 이번엔 노선영 빼고 결승선 통과
- “보여주지 말아야할 장면” 지적도

팀추월 경기에서 ‘팀’이 없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팀워크 부재를 노출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박지우(왼쪽부터), 김보름, 노선영이 강호 네덜란드를 상대로 레이스를 펼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보름(강원도청)-박지우(한국체대)-노선영(콜핑팀)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의 기록으로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2010 밴쿠버올림픽부터 3회 연속 준준결승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이날 1조에서 ‘디펜딩 챔피언’ 네덜란드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한국은 레이스 초반만 하더라도 네덜란드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초반 랩타임도 준결승 진출을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한국의 페이스는 떨어졌다.

	19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보프 더 용 코치가 홀로 남은 노선영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레이스 후반 노선영이 앞선 두 명의 선수와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팀추월은 선두가 아닌 마지막에 골인한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선수가 뒤처질 경우 앞선 선수가 페이스를 조절해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선영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김보름·박지우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간격은 더 벌어졌다. 앞선 두 명의 선수는 노선영의 위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듯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이날 팀추월에 출전한 팀 중 3명의 선수가 거의 동시에 도착하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레이스를 마친 뒤 김보름도 팀워크 부재를 인정했다. 그는 “끝난 경기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제가 50%를 리드하고 박지우 선수도 초반에 스타트해서 스피드를 끌어주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중간에 있는 (노)선영 언니는 비중을 최대한 적게 하는 전략을 짰는데 그 부분에서 의사소통이 안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팀추월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오늘 한국은 보여주지 말아야 할 장면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여자 팀추월 팀은 평창올림픽 전부터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노선영은 지난달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 때문에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는 듯했다. 당시 노선영은 대표팀 내 분열이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노선영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평창올림픽 팀추월 남녀 대표팀은 단 한 번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김보름과 박지우는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인터뷰에도 나섰다. 반면 노선영은 혼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다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고개를 저은 뒤 쓸쓸하게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