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ISU선수권 톱스타와 어깨
- 한국팀 대회 2호 메달 선사

별명이 ‘빙속 괴물’인 김민석(19·성남시청)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세대답게 감정을 잘 숨기지 않는다. 말 그대로 당돌하다. 그는 실력도 일취월장하는 추세다. 많은 전문가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의 바통을 이어받을 기대주로 꼽았다.

김민석이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ｍ 경기에서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이 진짜 ‘사고’를 쳤다.

그는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1500ｍ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깜짝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1위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1분44초01)와는 불과 0.92초 차이다.

그동안 유럽과 미주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1500ｍ에서 메달을 딴 것은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도 김민석이 처음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딴 두 번째 메달이다.

김민석은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2관왕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또 지난해 2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선수권대회 1500ｍ에서 1분46초5의 기록으로 5위에 올라 ‘제2의 이승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당시 세계랭킹 3위인 조이 맨티아(미국·1분46초70)와 세계 5위 패트릭 로스트(네덜란드·1분46초16)를 앞선 것은 물론 동메달을 따낸 ‘월드스타’ 스벤 크라머(네덜란드·1분45초50)와 불과 0.55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한국 빙속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내심 “1500ｍ 세계랭킹이 10위권인 김민석이 컨디션만 좋으면 ‘깜짝’ 선전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여기에 세계 1위 러시아의 데니스 유스코프가 도핑(금지약물 복용) 논란에 휩싸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평창올림픽 출전 불허 결정을 받은 것도 김민석에게는 호재였다.

김민석은 지난 12일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1500ｍ에 집중하기 위해 3㎏ 정도 몸무게를 늘렸다”며 “메달 후보로 주목받지 못하다 보니 ‘뭔가 보여주겠다’는 오기도 생긴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또 몸 상태를 묻는 말에 “내일 경기로 알려드리겠다”라며 가볍게 웃었다. 그의 표정에선 긴장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보통 어린 선수들은 긴장감 때문에 멘털이 흔들리기 쉬운데 김민석은 ‘강철 멘털’을 자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방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한국 빙속의 새 역사를 썼다. 평창=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