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1일 개막… 출전 미지수
- 협회장 “불참 땐 사인회라도”

- 부산 ‘정현 효과’로 테니스 열풍
- 관련 클럽에 수강생 문의 빗발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한 정현(21)은 부산오픈 국제남자 테니스대회와 함께 성장했다. 정현의 명성이 부산오픈을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로저 페더러와의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전을 앞둔 정현이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부산오픈은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역사도 길다. 부산의 동호인 단체인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1999년 상위 랭커 초청대회를 연 것이 시초였다. 부산오픈은 2003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챌린저 대회로 격상됐다.

정현도 부산오픈에 꾸준히 출전했다. 2011년 주니어 무대에 데뷔한 정현은 챌린저보다 한 단계 낮은 퓨처스 대회에서 주로 뛰었다.

2015년 부산오픈 챌린저 우승컵을 든 정현의 모습. 부산테니스협회 제공

2013년 처음으로 부산오픈에 출전한 그는 1라운드에서 탈락하더니 이듬해 4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정현은 본격적으로 챌린저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부산오픈 단식 정상에 올랐다. 국내 성인무대 첫 우승컵이었다.

정현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선 2016 부산오픈에서는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정현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였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호주오픈 4강 진출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정현이 올해 5월 11~20일 금정테니스장에서 열리는 부산오픈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정현이 오는 5월 27일 개막하는 프랑스오픈(클레이코트)에 대비하기 위해 하드 코트에서 진행되는 부산오픈을 전략적으로 건너뛸 수도 있다.

김영철 부산테니스협회장은 “정현 선수 측에 부산오픈에서 뛰지 않아도 좋으니 꼭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시범경기나 꿈나무 레슨·사인회와 같은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현 효과’로 테니스 바람이 거세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실내테니스장에는 수강생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테니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부산거점스포츠클럽에는 회원 가입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클럽 측은 “테니스 프로그램은 이전부터 꾸준히 회원이 늘긴 했지만 정현의 선전 이후 평소보다 문의가 더 늘었다”고 전했다. 기존 180여 명의 수용 인원을 30명가량 늘렸지만 대기자만 5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신청자가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는 이미 수강생 정원을 채운 상황이다.

테니스 열풍을 타고 부산도 ‘미래의 정현’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안창규 거점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은 “부산의 각종 테니스장에 지도자를 파견해 누구나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