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비디오판독, 누가 주워 담죠

롯데 20일 경기 손아섭 홈런, 2루타로 번복돼 1점 빼앗겨…KBO, 오판 판독센터에 첫 징계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입력 : 2017-07-21 20:19:34
| 본지 15면

- 시즌 세 차례 승패 결정적 영향
- 오독 드러나도 결과는 못 바꿔
- ‘정확한 판정’ 도입 취지 빛바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내내 이어지는 비디오 판독과의 악연으로 울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2회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4-4 무승부를 거뒀다. 3회말 손아섭의 홈런이 비디오 판독 끝에 2루타로 번복되는 오독으로 한 점을 뺏기는 억울한 상황이 나와 아쉬움을 더했다. 중계 화면에 손아섭의 타구가 홈런 기준인 담장 윗부분 노란 선을 맞고 넘어가며 뒤편의 철조망까지 맞히는 모습이 잡혔고 현장 심판진도 처음에 홈런으로 판정했지만, 결과적으로 판독 센터의 잘못으로 승리를 날린 셈이 됐다.

이날 경기 중 즉각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시즌 처음으로 판독 센터에 징계를 내렸다. KBO는 21일 김호인 비디오판독센터장에게 야구규약 부칙 제1조(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의거해 이날부터 경기일 기준 10일 출장 정지, 해당 판독에 참여한 2명의 판독 요원에게는 각각 5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운영하는 비디오판독센터는 빠르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 도입했지만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롯데가 경기 중 결정적인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으로 승부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이우민의 안타로 보였던 타구가 판독 불가 판정으로 파울로 뒤바뀐 사례부터, 5월 5일 같은 장소에서 맞붙은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는 서동욱의 1루 아웃-세이프 판정에 8분여가 소요돼 비가 오는 가운데 만원 관중과 선수들이 한참 동안 기다리기도 했다.

시즌 첫 비디오판독센터의 오독 인정 사례까지 롯데가 겪었지만 지나간 경기 결과는 뒤집을 수 없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21일 경기를 앞두고 “억울한 건 억울하다. 정확한 판독을 위한 것이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 이후 상황이 모두 롯데의 패배로 연결된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동점 상황에서 득점하지 못한 NC전은 역전을 허용했고, KIA와의 어린이날 경기에서도 판정이 번복된 이후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내줬다. 삼성과의 후반기 첫 3연전도 희대의 오독 끝에 위닝시리즈를 눈앞에서 놓쳤다.

KBO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비디오 판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파악해 판독에 소요되는 시간 제한, 화면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 카메라 장비 추가, 판독센터 요원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의 개선방안에 대해 자세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 비디오판독 논란의 장면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