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 1명 시즌 시작 전 임의탈퇴
- 3년 차 레일리, 동료와 소통 원할
- 개막전 선발 맞춰 컨디션 조절
- 번즈는 빠른 발·뛰어난 수비 장점
- 한국 야구 스타일에 적응 구슬땀

이번 시즌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 평균 몸값은 약 103만6000달러(약 11억7000만 원)로 역대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100만 달러를 넘게 받는 선수도 30명 중 절반 가까운 14명에 이른다.

브룩스 레일리(왼쪽), 앤디 번즈

반면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 3명의 평균 연봉이 67만5000달러(약 22억7000만 원)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금액을 썼다. 몸값이 높다고 좋은 성적이 보장되는 건 아니고 낮다고 저평가할 수만은 없지만, 세간의 시선은 화려한 메이저리그(MLB) 경력의 고연봉자에게 쏠린다.

게다가 새로 팀에 합류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일정까지 마무리한 투수 파커 마켈이 시즌 시작 전에 임의탈퇴 공시됐다.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소진하는 악재까지 겹친 롯데는 KBO 3년 차 선발투수 브룩스 레일리와 새롭게 합류한 타자 앤디 번즈가 몸값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며 빈자리를 메워주길 바라고 있다.

2015시즌 국내 팬들에게 첫선을 보인 레일리는 이미 한국 생활에 많이 적응했다. 그는 스프링캠프지에서 연습경기를 앞두고 식당에 들어오며 동료 선수들을 향해 "식사하십시오"라는 말을 유창하게 내뱉는다. 롯데 관계자는 "영어로 '오늘 던지느냐'고 물으니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선발투수입니다'라고 답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레일리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등 4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구위를 점검했다. 비교적 짧은 이닝을 소화하며 개막전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31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 선발로 예고돼 이번 시즌 팀의 1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지금은 빌딩을 짓는 것처럼 시즌을 위해 매번 경기를 통해서 감각을 살리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을 대비하는 기간이다. 개인이나 팀이 조금씩 준비하는 기간인 만큼 훈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번즈는 뒷모습만 봤을 때 영락없는 한국인 선수다. 연습경기 상대 팀 선수가 알고 지내는 롯데 동료인 줄 알고 뒤에서 불렀다가 외국인 선수인 걸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평소 표정도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었지만, 훈련에 들어서면 빠른 발과 유연한 수비 능력을 자랑하며 동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조원우 감독은 "처음 영입할 때부터 수비는 워낙 기본적으로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선수"라고 평가했다. 정작 본인은 수비는 앞으로도 계속 연습해야 할 만큼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며 손사래 쳤다. "연습경기에서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데 아쉽게 놓친 적이 있어요. 미국에서 뛸 때보다 타자들이 번트를 많이 시도하는데, 점점 한국만의 공격 스타일에 적응해 가는 중입니다."

수비뿐만 아니라 주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번즈는 상위 타선에서 빠른 발을 활용해 팀의 득점과 도루를 도맡을 전망이다. 시범경기에서는 높은 도루 성공률을 보였고, 아웃되거나 단타에 그칠 타구를 내야안타와 2루타로 만들며 팬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번즈는 "특별히 주루만 자신 있는 건 아니고 매 순간 100% 쏟아붓고 있다. 모든 경기에서 자신감 있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이들은 각자 좋은 모습을 보이면 롯데라는 팀에도 좋은 성적이 돌아올 거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 격으로 나선 레일리는 "이번 시즌 돌아온 주장 이대호와 함께 새로 합류한 번즈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