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 조원우 감독은 오른팔 격인 수석 코치로 '20년 지기'이자 선수 시절부터 SK 와이번스에 몸담았던 김원형 수석코치를 선택했다. 조 감독과 김 수석코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1994년 조 감독이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하면서 한솥밥을 먹은 두 사람은 2005년 그가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기 전까지 같은 팀에서 뛰었다.

선수로 활동하던 중에도 한 번도 이적하지 않은 '원팀맨'이었던 김 수석코치의 롯데 이적 결정도 절친했던 조 감독의 부탁이 크게 작용했다. 조 감독이 팀을 맡은 2015년에도 김 코치를 영입하려 했지만 무산됐는데, SK에 트레버 힐만 감독이 새로 부임해 코치진이 개편되면서 1년 만에 이적이 성사됐다. 롯데 이적이 결정되고 난 당시 김 수석코치는 "선수생활을 할 때는 트레이드 등으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팀을 옮기게 될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전적으로 내 의지가 담긴 이동이었다. 조 감독님과 선수나 코치로 같이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 꼭 다시 한번 같은 팀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 감독의 믿음도 절대적이다. 그는 "투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에서 이야기는 해줄 수 있어도 내가 투수 전문가가 아니라 선수들을 지도하긴 어렵다. 투수 쪽으로는 김 수석코치에게 모두 맡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조원우 감독(왼쪽), 김원형 수석코치. 오키나와=서정빈 기자

■ 조원우 감독

- "투타 신구 조화 올 시즌 성패 가를 것"
- 연습경기 승리 아직 못 이뤘지만 예열 단계라 크게 걱정 안 해
- 2년 차 징크스도 신경 쓰지 않아

'2년 차 징크스'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적용되면서 꽤 많은 사례를 만들어냈다. 신인으로 첫해에는 패기 넘치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다음 해 들어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올해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2년째를 맞는 조원우(46) 감독도 이를 알고 있지만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건 의식 안 합니다. 신경 쓰다 보면 잡힐 것도 안 잡히더라고요."

롯데의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조 감독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5일 SK 와이번스와 벌인 네 번째 연습경기에서도 역전을 허용하며 2-7로 패해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는 "기본적인 훈련은 1차 전훈지인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마쳤고, 이곳에서는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시즌을 앞두고 예열하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롯데는 현재 팀의 가장 큰 전력인 이대호와 손아섭 없이 연습경기를 통해 손발을 맞추고 있다. 두 선수는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소속으로 한국에서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대호는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대표팀 이순철 코치의 요청을 받고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귀국했고, 손아섭은 괌에서 진행한 대표팀 미니 캠프부터 참가해 비시즌 들어 아직 롯데 선수들을 만나지 못했다.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서면 이대호가 맡게 될 1루에는 김상호가, 손아섭의 주포지션인 우익수 자리에는 전준우가 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걱정될 만도 하지만 조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대호는 주장으로 애리조나에 있는 2주 동안 팀 분위기를 잘 잡아두고 갔습니다. (손)아섭이는 요즘 보니 페이스가 너무 빠르진 않나 싶긴 하더군요."

두 선수를 주축으로 투타 모두에서 신구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번 시즌 팀의 성패를 결정할 요소다. 조 감독은 "고참급 선수들이 예전의 좋은 모습으로 중심을 잡아주면서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변수다. 타선에서는 새롭게 팀에 합류한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눈에 띈다. 세 번의 연습경기에 나서 경기당 한 번꼴로 안타를 쳐내며 7타수 4안타 1타점을 기록 중이다. 올해 KBO에서 뛰는 외국인 타자 중 대니 돈(넥센 히어로즈)과 함께 가장 낮은 몸값으로 영입 당시부터 붙은 의문 부호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조 감독은 "수비는 워낙 기본적으로 잘하던 선수인데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김원형 수석코치

- "부상 변수 최대한 줄이는 게 목표"
- 총괄 부담됐지만 다들 잘 도와줘
- 스스로 확신하는 적극 투구 필요
- 투수들 부상 없으면 충분히 4강

"개인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팀의 주축인 투수들이 부상 없이 144경기를 큰 문제 없이 치르면 롯데도 충분히 4강에 들 수 있으므로 그것만 보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이후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마무리 캠프부터 롯데 자이언츠에 새롭게 합류한 김원형(45) 수석코치는 팀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약 5개월 만에 2차 스프링캠프로 돌아온 같은 장소에서 그는 연습경기에 나서는 투수들에게 적극적인 투구를 꾸준히 주문했다. 자신도 선수 시절에 공격적인 성향으로, 타자를 상대할 때 빠른 카운트 안에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김 수석코치는 "빠른 구속으로만 타자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확신을 하고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면 투수에게 유리한 결과로 돌아온다"며 "지금은 정규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드는 과정인 만큼 선수들이 좀 더 느끼고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롯데에서 그의 첫 보직은 1군 투수코치였지만, 이내 또 하나의 직함이 추가됐다. 조원우 감독 바로 옆에서 팀을 총괄하는 수석코치 자리였다. 2013년부터 SK 와이번스 투수코치로 코칭 경력을 시작한 그에게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제 짧은 경력으로 중책을 맡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자신 있게 수락하게 됐습니다. 야수들을 담당하는 코치들도 너무나 적극적으로 잘 도와주고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롯데는 '박 트리오'로 불리는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이 선발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팀의 미래인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지만, 김 코치는 송승준과 노경은을 포함한 베테랑들도 부활해 선발진에서 제 역할을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젊은 투수들이 좋다고 해서 한 시즌을 모두 그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고참급 선수들과 어린 투수들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롯데는 '국가대표 4번 타자' 이대호의 합류로 공격 면에서 전력 보강을 이뤄냈지만, 투수진에는 아직 물음표가 달려 있다. 1군 투수를 담당하는 김 수석코치에게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좋은 투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부상 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한 시즌을 두고 보면 팀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기존 전력 외에 다른 선수가 얼마나 그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지가 문제"라며 "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만큼 부상이라는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키나와=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