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 사고 물의 빚은 강정호
- 소속팀 없는 이대호도 확신 못해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대표팀은 잇단 부상과 악재로 벌써 여러 군데 균열이 생겨 김인식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인식 감독

딱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에 출전할 최종엔트리를 발표했다. 28명으로 추려진 명단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해외파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베테랑과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대거 포함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발표 당일부터 엔트리에 든 선수들이 삐걱댔다.

시즌을 마친 선수들이 안고 있던 각종 부상이 문제였다.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기대된 이용찬이 가장 먼저 낙마했다. 명단 발표 당일 이용찬의 소속팀 두산은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 예정됐다고 발표했다. 5일 뒤에는 한화 이글스의 2루수 정근우가 수술 계획을 밝혔다. 그는 현재 왼쪽 무릎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일본까지 건너가 검사를 받은 좌완 에이스 김광현(SK)도 팔꿈치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 인대접합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재활에 10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WBC는 물론 다음 시즌에도 모습을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정근우

1회 대회에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등 대거 합류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 메이저리거들도 이번에는 합류가 불투명하다. 각각 손가락과 어깨 부상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류현진(LA 다저스)에 이어 MLB에서도 정상급 실력을 발휘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과거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인한 징계 차원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2일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도 출전하려면 소속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도 거취가 불분명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 2월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대체 선수를 고민해 선발할 전망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용찬 대신 심창민(삼성 라이온즈)을 대체 선발했고, 지난 2일 KBO가 대회 조직위 측에 제출한 50명의 예비 엔트리에는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이름을 올렸다. 유희관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대표팀에 들기 충분한 성적을 올렸지만, 전문가들은 느린 구속이 국제대회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를 두고 의문을 품어왔다.

김광현

4회 WBC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과 차례대로 맞붙는다. 김 감독이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로 꼽은 팀은 지난 대회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네덜란드다. WB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된 대표팀 명단도 화려하다. MLB에서 이번 시즌까지 2년 연속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 상을 받은 유격수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와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가 내야를 책임진다. 김현수의 팀 동료 조나단 스쿱도 호타준족의 표본이다. 한국야구를 경험한 투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맞아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김 감독은 "네덜란드가 가장 부담스럽지만, 생소한 이스라엘과 어떤 투수가 나올지 모르는 대만도 신경 쓰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