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프로기사회 탈퇴 의사를 밝히자 한국 바둑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세돌 9단은 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지난 17일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식 현장에서 양건 한국프로기사회장에게 탈퇴서를 전달했다.
이세돌 9단의 형인 이상훈 9단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친목 단체로 시작한 프로기사회가 초기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프로기사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단체가 됐다. 프로기사회를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관·주최하는 기전에 참가할 수 없는 등 강제 규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9단은 일률적으로 대국 수입의 3~5%를 공제하는 기사회 규정에도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목단체인 프로기사회 정관에는 기사회에서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일정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대국 활동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세돌 9단은 앞서 바둑계에 파란을 많이 던졌다. 그는 정규 승단대회를 통해 16살이던 1999년 3단으로 승단했다. 그러나 대국료도 없이 별도로 연간 10판씩 소화해야 하는 승단대회는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승단대회 참가를 거부했다.
2000년에는 32연승을 달리면서 당해 최다승·최다연승을 기록해 '불패소년'으로 주가를 높였다. 결국 보수적인 한국기원도 2003년 1월 이른바 '이세돌 특별법'이라는제도개혁에 나섰다. 일반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주요대회 우승시 승단을 시켜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세돌은 2007년∼2008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파문을 일으켰다. 2009년 5월 프로기사회가 한국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한 자신에게 징계를 결의하자 7월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한 것이다. 1인자가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잠적하자 바둑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전에도 이세돌의 강한 개성에 종종 마찰을 빚던 한국 바둑계는 이세돌이 한국리그에 불참하고 중국리그에는 출전하겠다고 하자 징계 결의를 내렸고, 이세돌은 이에 반발해 휴직이라는 강수로 맞섰다.
한국기원과 대화해 2010년 1월 복귀를 결정한 이세돌은 이후 24연승을 거두며 다시 상승세에 올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프로기사회는 19일 오전 대의원 회의를 열고 이세돌 9단 문제를 논의한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 바둑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디지털뉴스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