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구소와 로봇 전문기업 다인스 언리미트가 함께 만든 인공지능 골프 로봇 엘드릭.

- 인공지능 장착해 정확성 높아
- 프로암 티샷 5번 만에 홀인원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덕에 골프 로봇 엘드릭(LDRIC)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엘드릭은 골프연구소라는 회사가 다인스 언리미트라는 로봇 전문기업과 손잡고 만든 골프 기계다. 타격 연습용 피칭 머신와 비슷하다.

엘드릭의 원래 이름은 '지능형 회로 장착 지향성 발사 로봇'(Launch Directional Robot Intelligent Circuitry)이다. 엘드릭은 인공지능을 장착해 스윙 스피드도 일정하고 스윙 궤도 역시 한결같다. 샷한 공은 늘 똑같은 방향, 똑같은 탄도, 똑같은 거리를 날아간다. 바람과 습도, 공기의 밀도 등 공의 비행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소만 없다면 엘드릭은 언제나 같은 지점에 공을 떨굴 수 있다.

엘드릭은 지난달 4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콧데일 TP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 프로암 경기에 등장해 16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했다. 엘드릭은 불과 다섯 번 티샷을 날린 끝에 홀인원을 잡아냈다. 보통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1만2000분의 1, 투어프로 선수는 3000분의 1로 본다. 그만큼 정확성이 높다는 의미다.

엘드릭은 이미 지난해 3월 일본에서 프로 선수 2명과 샷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일본프로골프 간판선수 가타야마 신고,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선수 시모카와 메구미가 짝을 이뤄 엘드릭과 겨뤘지만 졌다. 엘드릭은 장타 대결에서도 두 선수를 앞섰고 핀에 가깝게 붙이는 니어핀 대결에서도 이겼다. 스윙 스피드가 시속 210㎞에 이르는 엘드릭은 드라이브 거리가 300야드는 가볍게 넘긴다. PGA 투어 선수 평균 스윙 스피드는 시속 182㎞이다.

엘드릭이 지닌 가장 신통한 기능은 사람의 스윙을 똑같이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엘드릭은 사람이 골프채로 공을 때리면 스윙 스피드와 스윙 궤도, 탄도, 볼의 낙하 각도를 똑같이 재현해낸다. 능력은 엄청나지만 엘드릭은 알파고와 달리 무섭지는 않다.

엘드릭이 홀인원을 기록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랐을 당시 댓글에는 '귀엽다'거나 '신통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알파고를 놓고서 '기계가 인간을 넘어섰다'거나 '전율을 느낀다', 또는 '무섭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과 사뭇 달랐다. 안인석 기자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