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경남 김해 대중초에서 박창선 감독이 중국 빈저우시에서 온 유소년 축구선수들과 함께 연습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박창선 축구클럽 제공

- 작년 현지 공무원 메시지 받고
- 박 감독 재능기부, 교류 시작

축구를 좀 아는 팬들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넣은 후 무릎 꿇고 기도하던 선수를 기억한다.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한국대표팀의 역사적인 첫 골을 기록한 박창선(62·사진)이다. 경희대 축구 감독을 끝으로 김해에서 유소년 육성에 힘써온 그가 축구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30일 경남 김해 대중초등학교에 낯선 중국어가 쩌렁쩌렁 울렸다. 중국 산둥 성 빈저우시축구협회 유소년 선수들이 지난 27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대중초에 마련된 박창선 축구클럽을 찾았다.

빈저우시축구협회 관계자 2명, 유소년 축구 선수 14명과 부모 8명 등 총 24명이 그라운드 한쪽에서 자리를 잡았다. 중국 아이들은 축구화를 신자마자 부리나케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금세 박창선 축구클럽 유소년 선수들과 중국 빈저우시 유소년 선수들의 국제 경기가 시작됐다.

어떻게 중국의 아이들이 박창선 감독의 유소년 축구클럽을 찾아오게 된 것일까. 작년 12월 박창선 축구클럽의 학부모 노형주(44) 씨가 웨이신(중국 메신저)을 통해 빈저우시 체육부 공무원 피효비(29) 씨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피 씨가 '박창선 감독의 유소년 축구를 좀 전수 받을 수 없겠느냐'고 노 씨에게 문의한 것이다.

중국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건국대학교 기계공학과로 유학을 왔던 피 씨는 노 씨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의 남편과 친구 사이였다. 피 씨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축구굴기를 선언한 이후 유소년 축구 발전을 모색하던 중에 노 씨를 통해 박창선 축구클럽을 알게 됐다.

노 씨는 이런 사실을 박창선 감독에게 알렸다. 박 감독은 재능기부를 통해 중국 아이들을 지도해 주기로 흔쾌히 수락했다. 박 감독은 "중국 아이들이 단순히 축구만 배워가는 게 아니다"면서 "김해와 부산을 방문하면서 지역 홍보, 관광, 쇼핑 등 파급되는 효과가 정말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펼쳐진 한국과 중국 아이들의 승부는 큰 의미가 없었다. 중국 아이들이 축구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한국 아이들과 실력 차가 많이 났다. 대신 이날 중국 아이들은 한국 축구와 실력 차이를 느끼고 더 배워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피 씨는 "중국에서 축구 광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유소년부터 체계적인 배움이 필요하다"면서 "박창선, 차범근 등 한국의 유명한 축구 스타들은 중국 내에서도 유명해 그들에게 지도를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창선 축구클럽은 이날 빈저우시축구협회와 협약식을 가지고 앞으로 정기적인 축구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

피 씨와 함께 방문한 빈저우시축구협회 부회장 서해타오(42) 씨는 "유소년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것뿐만 아니라 유소년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것까지 한국 유소년 축구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싶다"면서 "박창선 감독 등 한국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을 중국으로 직접 모시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