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업체로 시작한 제2금융권
- JT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 유력
- 야구팬 반발…KBO "곤혹스러워"
대부업체를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금융자본이 서울 연고의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져 야구 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23일 "넥센타이어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새로운 네이밍 스폰서로 J트러스트 그룹과 협의 중이며, 유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히어로즈는 다른 구단과 달리 팀 이름에 후원사명을 사용하는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어 운영비 일부를 충당한다. 계약이 성사되면 내년부터 J트러스트 히어로즈 혹은 JT히어로즈 등으로 불리는 식이다. 2008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의 선수와 프런트를 승계해 재창단한 히어로즈는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모기업이 없어 이 같은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서민을 상대로 고금리 영업을 하는 업체, 게다가 토종도 아닌 일본 기업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출범한 프로야구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다.
J트러스트는 네오라인크레디트, KJI, 하이캐피탈대부 등을 인수하며 한국 금융시장에 뛰어든 일본계 금융그룹이다. 현재는 대부업을 정리하고 SC 저축은행을 등을 인수해 제2금융권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긴 쉽지 않다. 최근 배우 고소영이 J트러스트와 광고 계약을 맺은 후 '대부업체를 광고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계약을 해지한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J트러스트는 "아시아 전역에 26개 계열사가 있는데, 어느 곳에서도 대부업을 하고 있지 않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히어로즈 측도 "대부업체가 아니라 제2금융권이라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야구 팬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직 계약 전이지만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사채 히어로즈'라는 별칭을 붙이는 등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이 등을 돌렸다고 해도 KBO 규약상 히어로즈 구단이 J트러스트와 네이밍스폰서 계약을 맺는 데 걸림돌은 없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나 총재가 권한을 행사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KBO 관계자는 "우리담배에서 넥센타이어로 팀 명이 바뀔 때는 주주가 교체되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히 승인 조치 같은 것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프로야구 전체 이미지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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