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용병 3인방 기대 이상 성적
- 타선 절반이 '커리어 하이'

- 4·5선발 못 찾고 불펜 흔들
- 투수 보직·로테이션 무너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4일 kt 위즈와의 경기를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개막 전 대부분 전문가는 롯데가 하위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신생팀 kt와 '탈꼴찌' 다툼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 같은 평가에도 롯데는 지난달 초까지 가장 유력한 5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결국 8위에 그쳤다. 롯데의 '암흑기'라 불리는 2004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올 시즌 롯데를 이끈 원동력과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예상보다 강했던 전력

"당초 롯데가 약체로 평가됐던 이유는 전력에 '물음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못 미더웠던 부분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5위 다툼은 충분히 해볼 만한 시즌이었습니다."

부산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롯데의 올 시즌을 이같이 평가했다. 롯데는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에이스' 장원준을 붙잡는 데 실패했고 '10승 투수'인 쉐인 유먼·크리스 옥스프링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군 복무에 들어간 외야수 전준우의 공백을 메울 선수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새 용병 3총사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는 각각 13승, 11승을 거둬 10개 구단 중 최고의 '원투펀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야수 짐 아두치는 28홈런으로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도루 24개로 롯데 구단 최초의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선발 라인업 중 국내 선수의 절반 이상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 2년간 타율 2할 5푼에도 못 미쳤던 강민호가 3할대 타율에 35홈런을 쏘아 올리며 부활했고 최준석은 프로 데뷔 첫 3할-30홈런-100타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황재균은 후반기 부침을 겪었지만 26홈런에 타율 0.290대의 호성적을 거뒀다. 외야수 김문호는 데뷔 후 가장 많은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로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냈다. 그 결과 롯데는 3할 타자 6명과 20홈런 이상 타자 4명을 보유하게 됐다.

■투수 운용 실패

타선만 봐서는 롯데가 선두 다툼에 뛰어든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고질병인 불펜 불안이 여전했고 시즌 막판까지도 4, 5선발 발굴에 실패한 탓에 내림세를 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돌려막기식' 운용이 투수진 붕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롯데 이종운 감독은 선발진 보강을 위해 '투수 전원 선발화'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이 곧 나타났다. 지난 4월까지 롯데는 안정적인 선발과 타선의 힘을 앞세워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불펜이 무너져 역전패를 당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때까지도 롯데는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모호했고 확실한 마무리도 없었다.

이종운 감독은 선발진에서 호투하던 심수창을 마무리로 돌리는 처방을 내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후 심수창은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꿨다가 다시 선발로 복귀하는 등 시즌 내내 떠돌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을 준비했던 김승회도 마무리를 맡다가 선발로 돌아섰고 다시 중간계투로 투입됐다. 이로 인해 불펜 강화에 실패하고 선발까지 무너지면서 평균자책점이 4월 4.55에서 5월 5.29, 6월 5.98로 치솟았다. 팀 승률도 5월 0.519(14승 13패)에서, 6월 0.285(6승 15패)로 수직하락했다.

최 위원은 "선발 투수진에 구멍이 생기면 불펜에서 끌어다 쓰거나 린드블럼과 레일리의 등판을 앞당기는 경우가 많았다. 또 선발에 적응해 가던 박세웅을 뒤로 돌리는 등 시즌 막판까지 투수 로테이션과 보직이 흔들렸다"면서 "지더라도 2군 선수를 기용하고, 꼭 이겨야 할 경기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관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