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서 3위로 들어온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쑨양 金, 日 하기노 銀메달
박태환(25·인천시청)은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을 석권한 괴물이다. '수영 불모지' 한국에서 나온 영웅이다. 그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박태환은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ｍ 결승에서 3분48초33에 레이스를 마쳤다. 중국의 쑨양(3분43초23)과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3분44초48)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한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자유형 400ｍ 3연패에 실패했다.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개인 통산 메달은 총 17개(금 6, 은 3, 동 8)로 늘었다.
박태환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세운 3분41초53이다. 당시 기록과 비교하면 이날 기록은 7초가량 차이난다. 지난 8월 호주 팬퍼시픽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며 세웠던 올 시즌 최고 기록(3분43초15)보다도 5초 이상 뒤진다.
박태환이 예상 밖으로 고전한 이유는 부족한 후원과 체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박태환의 후원사는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나자 연 10억 원씩 지원했던 SK텔레콤은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지난해 박태환은 훈련 경비 마련을 위해 홈쇼핑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사연을 안 국민들이 7000만원을 모금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한 수학강사가 사비 5억 원을 후원해도 기업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한수영연맹과의 불편한 관계도 드러났다. 런던올림픽 포상금 5000만 원이 미지급된 사실이 지난해 알려지자 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박태환의 라이벌인 중국의 쑨양(22)은 중국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19)는 선진화된 일본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다. 지난 21일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박태환이 기자회견에서 "미안하다"고 하자 많은 국민들은 "우리가 더 미안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도 박태환의 발목을 잡았다. 박태환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박태환이 메이저 국제대회를 홈그라운드에서 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부담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태환도 이날 인터뷰에서 "계속 응원해주셨는데 심리적인 부분에서 흔들렸던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400ｍ를 잘하자는 욕심이 있었는데 (동메달에 머물러) 인터뷰하기도 쑥스럽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박태환은 "언론들의 관심이 너무 집중되고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다 보니 사인 요청을 많이 받는 등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좀 지쳤고, 내가 이겨내야 할 문제이겠지만 부담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오늘 경기 기록을 봤을 때 연습했던 대로만 했으면 1등도 할 수 있었을 것같은데 아쉽다. 힘이 부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쑨양에 대해서는 "같이 수영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누가 1등이 됐건 다 함께 축하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인천=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 박태환, 자유형 400ｍ 기록일지 |
2005년 3월 |
동아대회 |
3분50초37 |
금메달(한국신) |
2006년 8월 |
캐나다 팬퍼시픽선수권 |
3분45초72 |
금메달(아시아신) |
2008년 4월 |
동아대회 |
3분43초59 |
금메달(아시아신) |
2008년 8월 |
베이징올림픽 |
3분41초86 |
금메달(아시아신) |
2010년 11월 |
광저우 아시안게임 |
3분41초53 |
금메달(한국신) |
2011년 7월 |
상하이 세계선수권 |
3분42초04 |
금메달 |
2012년 7월 |
런던올림픽 |
3분42초06 |
은메달 |
2014년 8월 |
호주 팬퍼시픽선수권 |
3분43초15 |
금메달 |
2014년 9월 |
인천 아시안게임 |
3분48초33 |
동메달 |
※아시아 기록 : 쑨양(중국) 3분40초14(2012 런던올림픽)
세계 기록 : 파울 비더만(독일) 3분40초07(2009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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