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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7일 독일과의 경기 도중 힘겨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축구는 11명이 한다. 스타플레이어 한 명으론 안 된다. 천하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도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힘을 못 쓴다.
17일(한국시간) 열린 브라질 월드컵 본선 G조 1차전 포르투갈과 독일의 경기는 '호날두와 아홉 난쟁이'가 신형 엔진을 탑재한 '전차군단'에 농락당한 게임이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호날두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호날두는 지난 1월 라이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제치고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수상한 데 이어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30경기 31골)와 유럽 챔피언스리그(11경기 17골)에서 득점왕에 오르는 등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베팅사이트들도 득점왕 가능성에서 메시보다 호날두를 우위에 뒀다.
하지만 호날두는 경기 내내 고립된 섬이었다. 동료 공격수가 독일의 수비진을 제대로 뚫지 못했고 패스는 번번이 실패했다. 전반에 호날두가 볼을 건드린 횟수는 고작 15차례였다. 이 경기에 출전한 두 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적었다.
호날두의 실전 컨디션이 나빴기 때문은 아니다. 대회 직전 무릎 부상을 겪었지만 작은 부상이었고 출전 때 통증은 거의 없었다. 전반 5분 역습 때 보여준 질풍 같은 스피드와 전반 6분 대포알 슈팅 등은 여전히 호날두다웠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동료가 치명적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호날두의 얼굴은 점차 흙빛이 됐다. 전반 11분에는 브루노 알베스(페네르바체)가 페널티 지역에서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를 넘어뜨리는 반칙으로 페널티킥 선제골을 헌납했다. 중앙 수비수 페페는 전반 37분 상대 공격수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를 머리로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후반 들어 수적 열세로 호날두는 더 고립됐다. 팬들이 기대하는 폭발적 플레이는 끝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는 계속됐다. 최전방 공격수 우고 알메이다(베식타스)도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됐다. 왼쪽 풀백 파비오 코엔트랑(레알 마드리드)도 다쳐서 후반에 실려 나갔다. 독일 수비는 철저하게 호날두를 봉쇄하면서 대어를 낚았다.
클럽 축구에서나 위용을 뽐내는 호날두는 포르투갈 자줏빛 유니폼만 입으면 추락하고 만다. 지난 독일월드컵과 남아공월드컵에서 10경기 2골의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이날 경기까지 합치면 그의 월드컵 발자취는 11경기 2골이 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미국과 가나의 조별리그 2, 3차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라이벌 메시가 지난 1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고전하다가 후반 환상적인 드리블과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면서 진가를 과시한 것도 호날두에게 부담이 됐다. '만능 공격수' 호날두가 수렁에 빠진 팀을 구해낼 수 있을 지 다음 경기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