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국제신문 DB

롯데가 삼성과의 울산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쳤다. 개막 5연승을 했던 지난해보다 성적은 못하지만 방망이는 확실히 화끈해졌다. 그러나 9회에 동점 또는 역전 주자를 내보낸 불펜 불안은 여전한 숙제다. 확실히 달아날 기회를 여러 번 놓친 타선의 집중력 부족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삼성과의 울산 3차전을 앞둔 지난 6일 울산 문수야구장.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 얼굴에 근심이 쌓였다. "무슨 걱정 있어요?" "득점기회만 오면 스윙이 커지네. 힘 빼라고 녹음기처럼 말을 해도 되지 않고…." 박 코치의 고민 역시 집중력이었다. 쉽게 점수를 낼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한화와의 개막전에선 선두타자가 5번 출루했으나 한 이닝만 점수를 냈다. 삼성과의 3차전에서도 2·4·6·9회 무사 1루의 기회를 잡고도 9회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어도 상대를 확실히 누르지 못하면 추격당하는 빌미가 된다. 삼성과의 1·2차전에선 수차례 찾아온 추가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해 9회 위기를 맞았다. 여유를 갖지 못한 불펜 투수들이 동점·역전 주자까지 내보냈다. 박 코치가 삼성에 2연승을 하고도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던 이유다. 박 코치는 "주자가 있을 때 힘이 들어가는 이유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서다. 진루타나 희생플라이만 쳐도 되는데 너무 욕심을 낸다"고 덧붙였다. 주자가 없을 때는 연습한 대로 가볍게 자기 스윙을 하는 선수들이 주자만 있으면 스윙이 커진다는 의미다.

지난 시즌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던 롯데가 우승하려면 무사 2루나 1사 3루처럼 안타 없이도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 적시타나 장타를 통해 득점하는 패턴은 누구나 원하지만, 쉽지 않다. 확률도 높지 않다. 그래서 안타 없이 점수를 내는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 또 하나. 이기고 있을 때 자만에 빠져선 안 된다. 상대가 경기를 완전히 포기하도록 마지막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그래야 불펜 투수들이 여유를 갖고 박빙의 승부에서 힘을 쏟을 수 있다. '지키는 야구'란 불펜이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타선이 돕는 것도 포함된다.

부산MBC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