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에 휩싸인 박은선. 자료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제공

잇따른 외신 보도로 박은선(27. 서울시청)이 국제적 관심을 얻은 이상, 박은선의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성별 검사와 판명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씨는 9일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FM 98.1MHz. 토요일 저녁 6-8시)에 출연해 “박은선 선수가 외신들의 보도로 국제적 관심을 얻은 상황에서, 박은선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해외 상대팀에서는 분명히 성별 검사를 요구할 것”이며, 따라서 “2004년 검사 결과 기록이 있으면 그것을 근거로 제시하면 되는데, 현재 축구협이 보관하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새롭게 성별 검사를 받고 판명을 얻어야 할 입장이 됐다”고 밝혔다.

박은선의 과거 국제대회 출전 즉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과 2005년 동아시아대회 출전이 2004년 성별 검사 결과가 확인돼서 이뤄진 것이라면, 향후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추가 검사 결과가 필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지금까지 국제대회 출전 과정에서 박은선에 대해 성별 검사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성별 검사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선수의 성별 검사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으며, 따라서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박은선의 성별 검사를 ‘공식적으로’ 진행한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최씨는 “외신의 보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박은선 선수가 국제대회 출전하기 위해 이제는 상대팀의 성별 검사 결과 요청을 피하기 힘들어졌고, 그렇다면 결과를 판명 받아 제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씨는 이어 “사생활과 인권뿐 아니라, 축구 선수로서 계속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일도 박은선 선수에게는 소중한 것”이라면서 “검사를 다시 안 받으려면 국제대회를 포기한 채 국내 경기만을 뛰어야 하는데, 이것은 박은선 선수에게도 불행한 일일 뿐 아니라, 그런 상황은 그 자체로 또다시 논란을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FIFA는 성별 확인 규정으로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남성 호르몬이 운동 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FIFA는 회원국 축구협회가 이 원칙에 따라 개인의 존엄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범위 안에서 자체적인 성별 검증 과정을 거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BBC가 9일 박은선 논란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자 육상선수 카스터 세메냐 논란과 비슷하다”고 밝혔는데, 최씨는 이에 대해 “성 정체성 논란을 겪었던 세메나는 외견상 여성 신체 구조였지만 생리와 난소가 없고, 남성호르몬 분비하는 기관을 몸 안에 갖고 있었다. 이 기관을 수술로 제거한 뒤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세메나처럼 사람에 따라 외견상 여성의 신체 구조이면서도 난소나 자궁이 없거나 체력과 근력을 높이는 남성호르몬 분비 기관이 내재할 수 있다”면서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기준도 사실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일부 의학계 설명이며, 이러한 성적 특성은 본인의 책임과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금 상황에서 박은선 선수에 대한 논의는 인권 차원을 넘어 선수 생활의 지속성 확보 쪽으로 관심이 옮겨져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위해 비록 아프고 예민한 문제지만, 성별 검사 후 결과 혹은 그에 대한 조치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정확한 성 정체성을 확인 받고 안정적인 국내외 선수활동의 지평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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