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2위 싸움을 벌이다가 준플레이오프(준 PO)로 밀린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중 두산이 우려하던 후유증을 겪는듯했다.

두산이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끝난 준 PO 2차전에서 실책과 주루사로 자멸했다.

1, 2차전 연속 넥센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릎을 꿇어 시리즈 전체 운용에서 치명타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평정심으로 꼽힌다.

포스트시즌(PS)이라는 색다른 분위기에 압도당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두산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국가대표급 야수진을 보유해 2000년 이후 올해까지 10차례나 가을 잔치에 출전한 두산 선수들은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와 더불어 풍부한 PS 경험을 지닌 덕분이다.

무리한 주루, 작은 실책 하나가 승패에 직결된다는 점을 익히 알기 때문에 늘 조심하려 하지만 유독 이번 넥센과의 준 PO에서는 서두르는 경향이 자주 엿보인다.

넥센의 주포이자 한국프로야구 간판 타자인 박병호(27)를 지나치게 의식해 벌어진 결과이나 제 발목을 잡은 경우도 많다.

이날 0-0으로 맞선 7회 정수빈은 선두 타자로 나와 투수 앞 번트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갔으나 공이 뒤로 빠진 사이 2루까지 뛰다가 잡혔다.

2-2 접전이 이어지던 연장 10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오재원이 유격수 내야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송구가 1루 더그아웃까지 흐른 사이 2루를 파고들다가 다시 아웃됐다.

과감하게 넥센 야수진을 흔들어보자는 판단이었으나 도리어 당황하지 않은 넥센수비에 되치기를 당한 꼴이 됐다.

투수 오현택은 연장 10회말 1루 견제 실책으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낸 뒤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앞서 홍상삼은 8회 폭투를 3개나 줘 1-1 동점을 헌납하는 등 불안한 모습으로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두산은 전날에도 2회 김재호의 기습 번트 때 홈을 파고들던 정수빈이 객사하고,7회 대타 오재일의 중견수 직선타 때 정수빈이 귀루하지 못해 횡사하는 등 잇따른 주루사로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반해 2008년 창단해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넥센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한 모습으로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든 선수 중 PS 경험이 있는 선수는 손승락·송신영·오재영·이정훈(이상 투수), 송지만·이택근·이성열·유한준·김민성(이상 타자) 정도다.

그마저도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시절인 2006년 마지막으로 뛰고 7년 만에 PS에 컴백하거나 다른 팀에서 PS를 맛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신중한 모습으로 도리어 경기 내용에서 두산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넥센을 보고 끈질기게 상대팀을 물고 늘어져 통산 4차례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유니콘스의 냄새가 풍기는 듯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