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의 해결사 후안 파틸로가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됐다.

코트를 찾은 팬들에게는 가장 박수갈채를 많이 받았으나 사령탑에게서는 모독에가까운 혹평을 들었다.

파틸로는 2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막판 해결사로 날았다.

경기 종료 46초를 남기고 73-70에서 고감도 미들슛을 골망에 꽂아 오리온스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틸로는 상대 실책 때문에 바로 이어진 속공에서도 어려운 골밑슛에 성공해 인삼공사의 승리를 굳혔다.

그의 샷이 림을 통과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일부는 파틸로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의 입에서는 파틸로를 향한 독설이쏟아졌다.

이 감독은 "파틸로가 '동네농구'를 했기 때문에 나와서는 안 되는 경기가 이어졌다"며 울분을 토했다.

인삼공사가 한때 20점 이상 리드를 잡았다가 막판에 역전을 허용할 뻔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며 자성하는 말이었다.

그 과정에서 파틸로는 상대 외국인 선수인 조셉 테일러와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하는 데 정신이 팔렸다.

라인업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해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파틸로의 탈선이었다고 이 감독은 보고 있었다.

이 감독은 "우리는 조직력 하나로 버텨온 팀"이라며 "화려함을 추구하다가 화려한 게 나오지 않으면 조직력 자체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점수 차는 벌어지기도 하고 좁혀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이 위기를 불러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파틸로의 동료도 이날 경기를 돌아보며 파틸로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현민은 "파틸로가 운동능력이 좋아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공격이 좋다"며 "오늘은 집중을 하지 않고 조금 안일하게 경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자존심이 강해 가끔 무리한 플레이를 한다"며 "서로 얘기하면서 함께 좋은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틸로는 인삼공사에서 경기 기여도가 매우 높은 선수이다.

올 시즌 덩크왕을 차지할 만큼 운동능력이 좋고 공격력도 뛰어나지만 정규시즌부터 독단적 플레이 때문에 불화가 잦았다.

파틸로는 지난 22일 열린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3쿼터에 미들슛 쇼를 펼치며 인삼공사의 승리를 견인했다.

사령탑의 분노를 한몸에 받고 동료에게서도 아쉬움을 사지만 꾸준히 해결사 역할을 하는 파틸로가 남은 단기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