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 최고의 명승부가 나왔다.

사실 올해 프로농구는 일부 팀들의 '져주기 의혹' 등으로 인해 팬들의 뇌리에 남는 명승부가 없다는 평을 들었다.

이에 비해 최근 끝난 MBC배 대학농구나 여자농구 플레이오프에서는 연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져 남자프로농구와 대비를 이룬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17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SK의 경기는 종료 버저와 함께 터진 조상현(37)의 결승 3점포로 오리온스가 87-84로 승리, 모처럼 프로농구의 묘미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이날 승부로 SK는 시즌 최다승인 45승 기록 도전이 무산돼 양 팀의 희비가크게 엇갈렸다.

두 팀 모두 이미 순위는 1위와 5위로 확정이 돼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날 코트에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SK는 시즌 최다승 기록이 걸려 있었고 오리온스는 4강에서 만날 수도 있는 SK를상대로 6전 전패는 당할 수 없다는 각오가 남달랐다.

결승골의 주인공 조상현은 승리를 확인한 뒤 마치 축구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듯반대편 코트까지 달려나가 동료 선수들의 축하 세례를 받았다.

조상현은 경기가 끝난 뒤 "정말 운이 좋았다"며 "전태풍이 골밑을 파고든 뒤에 공을 잘 빼줘 부담없이 던질 수 있었다"고 웃었다.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창원 LG에서 이적해온 조상현은 "LG 시절에 한 번 오리온스를 상대로 버저비터 결승골을 넣고 오랜만에 또 한 번 했다"며 "슛을 던지는 순간 들어갈 것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팀의 맏형인 그는 "정규리그 막판에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플레이오프까지 상승세가 이어진다"며 "동료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에 나서면서 조상현을 투입, 선수 교체 카드를 기가 막히게 적중시킨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사실 골밑에 리온 윌리엄스의 활동폭을 넓혀주기 위해 슈터를 한 명 더 넣었던 것"이라며 "주장으로서 제 몫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추 감독은 "그동안 SK를 만나면 선수들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오늘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며 "특히 준비한 것이 통한다는 신뢰가 생긴 것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큰 소득"이라고 기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