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축구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 나서는 경찰청이 끝내 연고지를 찾지 못하면서 이번 시즌을 원정으로만 치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11일 발표한 K리그 챌린지 일정을 보면 경찰청이 이번시즌 치러야 할 35경기 모두 원정으로 잡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산시와 벌인 연고지 협상이 어그러지면서 홈 경기를 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프로연맹은 경찰청의 경기를 모두 원정으로 바꾸는 고육지책을내놨다.

결국 경찰청은 이번 시즌 내내 홈팬들의 환호를 받을 수 없는 '홈리스' 신세에 빠져 전국을 유랑하게 됐다.

경찰청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표팀 출신 공격수 정조국을 필두로 '최강희호'의 오른쪽 풀백인 오범석과 대표팀 출신의 왼쪽 풀백 양상민 등이 입대해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미 대표팀에서 활약한 공격수인 염기훈과 배기종이 버티고 있어 경찰청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팀에 버금가는 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번 시즌 우승을 해도 현재로선 1부리그로 승격할 자격이 없다. 연고지가 없는데다 선수들도 프로계약이 돼 있지 않아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클럽 라이선스 규정을 만족하지 못해서다.

지난 시즌 2부로 강등된 군인 팀인 상주 상무가 구단의 법인화와 선수들과의 프로계약을 모두 완료한 것과는 비교되는 상황이다.

경찰청이 연고지를 찾지 못한 것은 내부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학교가 2015년 아산으로 이전하는 만큼 잠시 머물 연고지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게 축구인들의 분석이다.

경찰청이 연고지 없이 시즌에 나서면서 상대팀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당장 24일 경찰청과 맞붙는 FC안양은 원정 경기가 홈 경기로 바뀌면서 경기장 섭외를 하지 못해 프로연맹에 경기 날짜를 7월27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안양 관계자는 "경기 날짜에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덴소컵 한일 대학 축구 정기전이 열려 홈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프로연맹에 경기 연기를 요청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더구나 구단별로 2~3번의 홈 경기를 더 치르게 돼 예상치 못한 비용이 더 필요하게 됐다. 구단별로 경기당 1천만원 이상 초과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연맹도 구단들의 불만을 이해하지만 홈경기 개최비용을 보전해주는 편의를 봐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경찰청은 각 구단 선수들의 병역 해결을 위한 방편인 만큼 구단들도 어느 정도 양해를 해줘야 한다"며 "시즌 중에 연고지 협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