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은 1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승부 조작 사태에 대해 팬들에게 사죄했다.

한선교 KBL 총재는 "강동희 감독이 승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사태에 대해 프로농구를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한 총재는 "지금 상황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은 11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국내 4대프로 스포츠 가운데 현역 감독이 승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것은 강 감독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당사자는 물론 앞으로도 스포츠의 근본을 뒤흔드는 승부 조작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관용의 원칙 하에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부르는데 영향을 준 신인 드래프트, 자유계약선수 제도 등을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선수협의회 창설, 심판 및 코칭 아카데미 운영 등을 통해 프로농구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한 총재는 사죄의 글을 낭독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강 감독의 경우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범죄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면 영구 제명까지 준비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신인 드래프트를 대비한 일부 팀들의 '져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이번 드래프트부터 지명권 확률 배분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가능하면 그렇게 해보도록 하겠다"고 규정 변경 가능성도 열어뒀다.

추가로 승부 조작 혐의를 받는 프로농구 관계자가 나올 가능성을 묻자 한 총재는 "구단을 통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 밝혀진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추가 혐의자가 나오면 그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검찰에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정 결의 대회를 열거나 선수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이벤트성 대책보다 제도 개선, 은퇴 선수들의 생활 대책 수립 등이 더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1년 프로축구연맹이 승부 조작 사태가 불거진 이후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에서 제외해달라고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요청했지만 KBL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한 총재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서 승부 조작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80조 규모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불법 사이트에 대한 더 강력한 조치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 제외 조치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 총재는 "강 감독의 가족들은 어떤 의미에서 강 감독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강 감독의 범죄 사실이 확정되기 전에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