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마법사'라는 애칭으로 농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원주 동부 강동희(47) 감독이 7일 검찰에 의해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서 프로농구 승부 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날 경기도 의정부지검 형사5부에 소환된 강 감독은 2011년 3월 브로커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돼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이번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은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 강 감독과 그를 유혹한 세력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런 승부조작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바탕에는 농구계 전반에 퍼진 '도덕 불감증'이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프로농구에서는 시즌 막바지가 되면 상위팀이 하위권 팀에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순위가 굳어진 상황에서는 감독들의 친분 관계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난다는 설이 파다했다.

명분도 좋았다.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벤치 멤버의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이유를 대면 그만이었다.

강 감독이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2011년 3월11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도 강 감독은 "김주성, 윤호영 등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이유를 댔다.

물론 순위가 정해진 상황에서 매 경기 총력을 기울일 이유는 없다고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2년 전 동부-오리온스 경기에서 정규리그 4위 동부가 최하위 오리온스에무려 21점 차로 패한 예에서 보듯 프로로서의 기본마저 내팽개친 경기가 그동안 상당수 있었다.

이렇게 시즌 막판이 되면 불성실한 경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 바로 승부 조작이 쉽게 이뤄지는 토대가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내내 코트 주위를 유령처럼 맴돌고 있는 '져주기 의혹'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승부 조작 브로커들은 '약한 고리'만 보이면 그 틈을 곧바로 파고든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는 중위권 팀들이 6강 플레이오프 대신 올해 10월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노리고 하위권으로 자진해서 내려가려 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이런 풍토가 승부 조작 브로커들을 농구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 확률을 조정한 지난달 KBL 이사회에서 확률 변경안을 올해 드래프트가 아닌 2014년 드래프트가 돼서야 적용하기로 한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는 말이 있다. 제도 자체를 탓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제도를 어떻게 준수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완벽성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지금의 현실에서 승부 조작이나 고의패배 의혹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