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양정모체육관- 레슬링이 하계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한 다음 날인 13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양정모 금메달획득기념 종합실내훈련장'에 레슬링화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선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진우 프리랜서

- 야구 등 7개 종목과 경쟁 '실낱 희망'
- 양정모 "진정한 레슬링으로 돌아가야"

'아직 희망은 있다'. 레슬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의 결정으로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했으나 회생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올림픽 종목에 추가 합류할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IOC는 지난 12일 스위스 로잔의 집행위에서 "앞으로 하계올림픽에는 25개 핵심종목이 포함된 28개 종목을 유지한다"고 기본방침을 밝혔다. 앞서 IOC는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에서 골프와 럭비를 각각 2016년·2020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했다. 이번에 선정한 핵심종목 25개와 골프·럭비 등 27개 종목이 확정된 것이다. 따라서 2020년에 1개 종목이 더 들어갈 자리가 비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IOC는 올해 5월 29~31일 집행위에서 잔여 1종목을 선택한 뒤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 때 2020년 올림픽 참가종목을 최종 결정한다. 이를 놓고 레슬링, 야구·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롤러스포츠,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8개 종목이 경쟁할 전망이다. 레슬링을 제외한 7종목은 IOC 프로그램위원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레슬링계는 이번 핵심종목 탈락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재진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심권호(41)는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아직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손을 놓고 있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차기 IOC 집행위에 대비해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림픽에 세 번 출전해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딴 박장순(45) 삼성생명 코치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활기차고 공격적인 레슬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인 양정모(60) 이사장은 "FILA의 독단적인 처사가 이런 비극을 불렀다"면서 "레슬링다운 레슬링으로 돌아가 IOC의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레슬링협회 한영산 부회장은 "세계 레슬링계의 주도권을 쥔 유럽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룰(규칙)을 계속 바꾸다 보니 경기 자체의 흥미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대 올림픽 때부터 이어져 온 종목인 만큼 완전 제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