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폐막한 전국소년체육대회 핸드볼 남자초등부에서 우승한 성지초등학교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지초등학교 제공

부산의 프로야구 열기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아마 야구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야구뿐 아니라 대부분 아마추어 스포츠 종목들은 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부산지역에도 오랫동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훌륭한 아마추어 팀들이 많이 있다. 본지는 프로스포츠의 그늘에서 묵묵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조명하고 아마추어 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지역의 명문팀을 소개한다.

- 40년째 묵묵히 팀 운영
- 선수 구성 등 어려움 딛고 부산 핸드볼팀 최초
- 전국 최강 장성초 꺾고 올 소년체전 우승 위업

국내에서 핸드볼은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부산시설관리공단 여자 핸드볼팀이 국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부산에 핸드볼팀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딱 40년째 묵묵하게 핸드볼팀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바로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성지초등학교(교장 이대우)다.

성지초는 지난 29일 끝난 제41회 전국소년체전 초등부 남자 핸드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 핸드볼팀이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지역 체육계는 물론 전국 핸드볼 관계자들은 성지초의 우승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성지초는 또 대회 4강전에서 전국 최강을 자랑하는 장성초(강원도)를 3골 차로 누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장성초는 지난 4월 열린 전국초등학교선수권 8강에서 성지초에 9골 차로 패배를 안겼던 팀이다.

핸드볼팀을 창단한 지는 40년이 흘렀지만 성지초는 그동안 변변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워낙 비인기 종목인 데다 눈에 띄는 성적이 거의 없어 선수 구성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팀 구성도 처음에는 남자팀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여자팀으로 바뀐 뒤 다시 남자팀이 되는 등 부침도 많았다.

그러나 2009년 김종빈(49) 현재 이 학교 수석교사와 박창기(44) 코치가 핸드볼팀의 감독과 코치로 부임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교사와 박 코치는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의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해 선수로 끌어들였고, 학교와 교육청, 핸드볼협회 등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어엿한 팀을 꾸릴 수 있었다. 이후 부임한 김석태 감독도 선수들에게 많은 정성을 기울이면서 처음에는 핸드볼이라는 운동을 하기 꺼리던 학생들은 점점 핸드볼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훈련에 나설 정도가 됐다.

이번 소년체전을 앞두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니던 학원을 잠시 그만둔 뒤 훈련에 매진했다. 특히 장민영(6학년) 선수는 소년체전 출전 일주일을 남겨두고 훈련 도중 손에 부상을 당해 의사로부터 '경기를 뛰면 손을 못 쓸 수도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으나 경기에 출전해 제 몫을 다 했다.

성지초의 에이스는 단연 6학년 전승원(13)이다. 178㎝이라는 큰 키에 탁월한 운동신경을 갖고 있는 전 선수는 이번 소년체전에서도 매 경기 거의 혼자 득점을 책임질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제2의 윤경신'이 될 재목으로 평가받는 그는 유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오는 7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파텔레컵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당장 전승원을 비롯해 주력인 6학년 선수를 제외하고 경기에 나서야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현재 5학년들의 기량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데다 이번 소년체전 우승으로 선수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창기 코치는 "아직까지 '명문팀'으로 불리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열정과 발전 가능성은 어느 팀에 못지않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둬 진정한 '핸드볼 명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