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4일 사직구장에서 한화 이글스를 꺾고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었다. 전문가들은 안정된 선발진과 리그 최강의 핵타선을 갖춘 롯데가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할 것으로 진단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은 롯데는 후반기부터 전열을 재정비하고 파죽의 상승세를 보인 끝에 결국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플레이오프 직행 전까지 롯데의 올 시즌 행보를 돌아본다.

■ 잔인했던 4월, 최하위 수모

한화와의 개막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롯데는 이후 내리막을 탔다. 4월 한 달간 23경기에서 고작 7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월간 팀 평균자책점 4.91(7위)과 팀 타율 0.251(6위)로 투타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특히 물에 젖은 핵타선이 문제였다.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지면서 지난해 팀 타율 1위(0.288)의 위용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팀 장타율도 지난 시즌(0.461)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0.350에 머물며 팬들의 속을 태웠다. 급기야 4월 21일 대전구장에서 최하위 한화에게 역전패하며 순위표 제일 아래칸에 이름을 올리는 치욕을 당했다. 하지만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극도의 부진은 이미 '5월 대반격'을 잉태하고 있었다.

■ 반전, 5월 대반격

4월 23일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기적 같은 연장 10회말 대역전승을 거둔 롯데는 5월 상승세를 탔다. 시즌 첫 3연승을 비롯해 23경기에서 14승8패1무를 기록, 승률 0.636(1위)으로 4월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던 손아섭이 돌아오는 등 타선에 전반적인 짜임새가 갖춰지면서 롯데다운 파괴력이 되살아났다. 선발진도 월간 3.92의 평균자책점으로 선전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좌완 에이스 장원준은 6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마운드를 지켰고,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 고원준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4월 잦은 등판으로 힘이 빠진 불펜진은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결국 선발 자원 코리가 불펜진에 합류했다.

■ 불안한 6월, 총제적 난국 

잘 나갔던 5월과는 달리 6월은 힘들었다. 22경기에서 8승14패로 월간 승률 0.364(7위)를 마크하며 리그 순위는 6위까지 떨어졌다. 순위가 6위까지 떨어지며 '가을 야구'는 점점 멀어지는 듯 보였다. 

투수진의 부진이 가장 컸다. 장원준을 제외한 선발진도 부진했지만 불펜의 붕괴가 뼈아팠다. 월간 실점이 138점으로 리그 1위의 불명예를 안았고, 한 달간 리그 최다인 25개의 실책을 범하며 수비에서도 약점을 보이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임경완과 강영식, 김사율 등 필승계투조는 매번 실점과 역전을 허용하며 타선의 힘을 뺐다. 보직 전환 이후 성공적인 마무리로 활약했던 코리도 밑천을 드러내며 때 이른 방출설에 시달렸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4월의 부진은 시행착오라는 원인도 있었지만 판이 짜여진 뒤 찾아온 6월의 부진은 심적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7월, 투타의 동반 상승세

롯데는 7월 들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상승세를 탔다. 19경기에서 13승6패로 8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0.684)을 기록하며 공동 4위까지 점프했다. 선발진은 한 달간 19번의 등판에서 12번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와 9선발승을 거두며 탄탄한 마운드를 선보였다. 불안했던 불펜은 달라진 모습으로 단 1패만 허용하며 뒷문을 걸어 잠궜다. 타선은 무더위와 함께 폭발했다. 월간 타율 0.296으로 리그 1위를 기록했고, 19경기에서 18홈런을 때려 내며 '공포의 핵타선'을 다시 가동했다. 1할대의 타율로 부진을 거듭하던 문규현은 방망이를 짧게 잡는 타격폼으로 바꾸면서 0.423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부진했던 외국인 용병 코리가 아웃되고 크리스 부첵이 새로 선발진에 가세했다.

■ 무더위에 빛난 거인의 8월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한 롯데는 8월에도 23경기에서 16승7패를 거두며, 7월에 이어 또다시 월간 승률 1위(0.696)를 차지했다. 시즌 첫 6연승을 달리며 순위는 어느새 3위까지 뛰어올랐다. 주포 이대호가 발목 부상의 여파로 단 1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전준우, 홍성흔, 강민호, 황재균이 포진된 타선은 활활 타올랐다. 8월 팀 타율은 0.303으로 리그 1위를 기록하는 한편 장타율도 무려 0.804를 기록하며 다른 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마운드도 120%를 해냈다. 선발진은 8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17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마무리 김사율이 6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뒷문을 철저하게 걸어 잠궜다. 

■9월, 피 말리는 2위 싸움

팀 타율 0.301의 불방망이를 앞세워 20경기에서 11승2무7패(승률 0.611)를 기록한 롯데는 시즌 처음으로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9월 1일 사직구장에서 KIA를 잡고 2008년 9월 17일 이후 3년 만에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롯데는 9월 한 달간 SK, KIA 등 2위 후보 팀들과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2위 자리를 놓고 혈전을 벌였다. 주포 이대호는 9월 한 달간 타율 0.465, 4홈런, 23타점을 올리며 롯데 공격을 주도했다. 마운드에서는 장원준이 혼자 4승을 책임졌고, 불펜에서는 무려 15경기에서 방어율 0.00을 기록하며 3홀드를 올린 강영식이 삼성 라이온즈의 '철벽 불펜' 부럽지 않은 활약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