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신작들 온라인행 가능성
- 극장가, 입지 좁아질까 우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 신작이 국내 처음으로 극장 대신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개봉을 선택하는 ‘극장 패싱’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내 영화계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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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10일 넷플릭스 개봉을 앞둔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영화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을 다음 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서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애초 이 영화는 지난달 26일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봉 잠정 연기를 선언했다. 충무로 기대주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이 주연을 맡았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해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 이에 맞춰 국내 개봉과 마케팅 일정을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냥의 시간’ 역시 지난달 22일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관심을 끌었고, 인터뷰와 무대 인사 등 홍보 활동 후 곧바로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고 개봉 일주일 전 연기를 선언해야 했다. 이 때문에 홍보·마케팅 비용을 이미 소진해 더 이상 개봉 연기를 하기 어려운 데다, 최근 OTT 사용이 급증하자 차선책으로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리틀빅픽처스 관계자는 “후반 작업이 길어져 개봉이 이미 밀린 상태였다”며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 많은 관객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제외하고, 한국 영화 신작이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사례는 ‘사냥의 시간’이 처음이다.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4월까지 국내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하는 영화만 50편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작품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OTT에 공개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행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외 30여 개국에 이미 판매됐지만, 넷플릭스 독점 공개 계약에 따라 해외 판매를 철회해야 돼 해외 판매를 담당한 콘텐츠판다가 이날 리틀빅픽처스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극장들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최근 신작이 없어 재개봉작으로 연명하면서 관객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이어 ‘집콕 족’ 증가에 따른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력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극장들은 그동안 넷플릭스와 힘겨루기를 해왔다. 넷플릭스 영화를 개봉할 경우 2~3주 유예 기간(홀드 백)을 거쳐 넷플릭스에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고, 홀드 백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상영을 거부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극장의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극장 관계자는 “영화 생태계적 측면에서 이러한 결정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우려된다. 중급 영화들이 분명히 경쟁력이 있음에도 스크린을 포기하는 사례가 계속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OTT 등장에 이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극장 영향력은 더욱더 감소할 것”이라며 “투자 제작 단계에서부터 OTT와 계약하는 한국 영화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정 기자 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