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 것은 환각인가? 실제인가?

하우스 스릴러 '시간위의 집(임대웅 감독, 장재현 각본)'은 가족에 얽힌 비애와 25년마다 열리는 실종사건을 집 안에서만 얽어내는 영화다.

(시간 위의 집 시사회. 조재윤(왼쪽부터) 김윤진 옥택연이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그래서 영화에서 집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 25년 전 극중 미희(김윤진 역)에게 집은 두 아들을 키우는 행복한 장소였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의 살해혐의로 후두암을 안은 채 다시 찾아온 집은 깨진 유리와 담쟁이 넝쿨만이 무성한 황량한 곳. 있었던 가족의 모습은 없고, 여전히 안식처 없이 떠도는 영혼들이 보이는 곳이다. 그녀는 25년 전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식칼을 거머쥔다. 단지 시간이 흘러 그 식칼에 드문드문 빨간 녹이 슬었을 뿐이다. 그 집에서는 머리가 허옇게 센 미희(김윤진 역)의 집념어린 눈길만이 번뜩인다.

영화의 흐름은 김윤진이라는 한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로 이어진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밝고 행복한 표정부터, 음산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발산하는 노파까지, 김윤진의 연기에 따라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은 배가된다.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 및 기자간담회에서 그녀 스스로도 "영화 '국제시장'의 노인연기가 아쉬웠다. 그래서 확실히 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의 극중 몰입도는 김윤진에 의해 좌우됐다. 이를 위해 김윤진은 3시간의 특수분장을 감행했고, 후두암에 걸린 쇠가 갈리는 목소리로 연기를 했다. 그런 그녀는 어두운 지하실, 빈 방을 서슴지 않고 홀로 돌아다닌다. 아들을 찾기 위해서다. 그 때마다 만나야 하는 그들. 풍수지리 전문가 장지관(이한위 역)을 도망가게 하고, 무당 만신(박준면 역) 조차 소용했게 했던 그들을 엄마 김윤진은 만나야 했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등골이 서늘한 섬뜩한 공간으로 내 던져지게 된다.

명품 조연 조재윤은 미희(김윤진 역)의 남편 철중을, 옥택연은 미희(김윤진 역)를 믿는 유일한 사람 '최신부'를 연기하며 존재감을 보여준다.

54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검은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쓴 긴장감 넘치는 시나리오다. 김윤진은 "1인 2역을 한 것 같아서, 이런 엄마 역할은 다시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언급한다. 광기 어린 김윤진이 빈 집을 헤매고 다니는 영화 '시간위의 집'은 4월 5일 개봉한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