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번째 책 ‘한 무용인의 사색’
- 낯섦·새로움 두려워하지 않고
- 예술적 점프 통해 주제 표현
- 무용수의 몸 관리 등도 담아

무용가 장정윤 동아대 명예교수가 최근 책 ‘한 무용인의 사색’(도서출판 맑은샘)을 펴냈다. 모처럼 나온 무용 분야 저서라는 반가움과 함께, 다름 아닌 ‘장정윤이 쓴 무용 책’이라는 점도 눈길을 강하게 끄는 요인이었다.

2023년 4월 26일 서울 종로구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 열린 ‘장정윤의 모든 춤 2023’을 알리는 홍보물에 실린 장정윤 현대무용가 사진이다. 그는 2020년 동아대 무용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했다. 장정윤 제공

저자는 1955년생으로 이화여대 무용학과를 거쳐 미국에서 발레와 현대무용가 머스 커닝햄의 춤을 배운 뒤 1984년부터 동아대 무용학과 교수로 활약했다. 2020년 정년퇴임 직후 2년간 부산국제무용제(BIDF)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2023년 자신의 ‘라스트 댄스’라고 할 수 있을 마지막 공연을 하기까지 수많은 무대에서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공연했으며, ‘한 무용인의 사색’이 본인의 10번 째 책(역서 포함)일 만큼 그는 철저히 무용과 삶이 하나인, 춤과 생이 정확히 포개지는 치열한 인생을 살았다. 저자를 최근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한 무용인의 사색’은 195쪽으로, 독자가 저자와 알차고 간명하게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평생 ‘무용가’라는 정체성으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책 제목 앞에서 고민하다 보니 ‘무용인’이라는 표현에 닿게 되었어요. ‘무용가’는 전문가 느낌이 강해 다른 이에게 또 하나의 벽처럼 느껴질 수 있고, 남이 불러주면 몰라도 자칭하기에는 무거웠어요. 한발 물러나 저를 보고 싶었죠.” 현역 무용가에서 ‘은퇴’한 뒤 호칭 자체부터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졌다는 그는 “이 책을 통해 춤 예술과 거리가 좀 먼 사람들과도 찬찬히 무용에 관해 대화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책의 출발은 ‘순수무용’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무용가로서 장 명예교수가 평생 가꾼 순수무용은 일반인에게 낯설 수 있다. 그의 설명을 바탕으로 순수무용을 나름대로 간략히 표현하자면, ‘관람하는 사람의 감각 세계, 감성에 직접 가서 부딪치는 춤, 대중성과 같은 어떤 목적성이 선명한 춤도 존중하지만 그보다는 춤 자체가 목적인 춤’이다. 또는 “동작 자체의 무한한 발굴과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며 단순한 외형적 미(美)가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의식적 경험을 포함하는 춤”(17쪽)이다.

이런 춤은 낯섦과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술적 점프’를 통해 주제를 표현하기에 다양성의 세계를 무한하게 넓히는 예술적 구실을 하지만, 대개의 관객은 어려워한다. 어떤 면에서 시(詩) 문학과 비슷하다. 장 명예교수는 “특정한 장르에 치우치기보다 순수무용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을 접하면 생각과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용인의 몸 관리’ ‘무용인의 행복론’ 같은 단원은 좀체 접하기 힘든 드문 글로 다가왔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종로·인사동에서 살았는데 집 근처에 유명한 김천흥무용연구소가 있어 어릴 때 춤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무용학과에 들어가 3학년 때 “미국 조프리 발레 스쿨에 직접 편지를 써서” 입학해 발레를 배운 뒤로 UCLA에 유학하는 등 춤 인생을 보내며 “하루 7시간씩 연습해제끼는” 생활을 이어갔다. 이런 열정은 춤 세계에 눈을 뜨게도 해주었지만, 몸에 무리가 갔다.

“그런 과정에서 누군가 제게 몸 관리를 잘하라고, 신체활동에는 ‘할당량’이 정해져 있으니 무리해서 한꺼번에 쓰면 주저앉을 수 있다고, 지금 쉬어야 한다고 말해줬다면…” 하는 회한이 있다고 했다. ‘무용수의 몸 관리’라는 단원을 쓴 이유다. 메를로-퐁티, 니체 등 춤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에 관한 생각 등도 간명하게 담았다. 무용 인생의 고갱이를 담은 책을 낸 장 명예교수는 “북 토크 등에서 독자와 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욱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