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략결혼 얽힌 연인 비극 그려
- 부산 출신 구민영·이광근 출연
2023부산오페라시즌 두 번째 작품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이하 루치아)가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22·23일 막을 올린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프로덕션이 지역에서 기획-제작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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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리허설에 참여한 소프라노 구민영(루치아 역), 권민석 지휘자와 이회수 연출가. 금정문화회관 제공 |
도니제티의 오페라 ‘루치아’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루치아와 그의 연인 에드가르도의 비극을 다룬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구민영 등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권민석 지휘자와 이회수 연출가가 극을 이끈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2023부산오페라하우스오케스트라·합창단도 ‘토스카’에 이어 두 번째 작품에 오른다.
1년 전부터 ‘루치아’를 기획한 금정문화회관 이성우 PD는 “금정문화회관은 부산오페라갈라, 가면무도회 등에 이어 3년째 부산오페라시즌에 제작극장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클래식에 특화된 공연장(금빛누리홀)과 어울리는 작품이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루치아’는 프리마 돈나 루치아의 초절정 기교가 20여 분간 이어지는 ‘광란의 아리아’가 유명하다. ‘루치아’ 권민석 지휘자는 “도니제티의 잘 알려진 작품 ’사랑의 묘약’이 재미있고 신나는 작품이라면, ‘루치아’는 더 극적이고 다이나믹하다”며 “루치아가 왜 ‘광란의 아리아’에 다다르는지 조명하는 1막 피날레에 주목해달라”고 설명했다.
‘루치아’는 콘서트 오페라란 설명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의상 조명 영상 등을 모두 갖춘 전막 오페라에 가깝다. ‘루치아’ 이회수 연출가는 “제한된 공간을 활용해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로 올렸다. 합창단은 망사 천을 활용해 숨어서 몰래 바라보는 자들이 되거나 의사결정권이나 힘을 가진 사람들로 극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낭만주의 시대 비극적 사랑은 어떻게 표현될까. 이 연출가는 철학자·사회학자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에 주목했다. 양립할 수 없는 여러 공간이 한 장소에 겹쳐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는 “예를 들어 루치아와 정략 결혼하게 된 남자에게 결혼식은 행복한 장소이지만, 루치아에게는 죽음의 공간이나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가문 간 갈등을 표출하기 위해 나무뿌리와 줄기를 공중에 달았다. 이 연출가는 “낭만적이지만 비정상·비현실적이다. 그 포인트들을 살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무대에 설치된 가시관에도 집중해달라”고 귀띔했다.
‘루치아’에는 부산 출신 성악가 구민영(소프라노, 루치아 역) 이광근(바리톤, 엔리코 역) 김준연(테너, 에드가르도 역)도 출연한다. 이들은 “최고의 출연자·스태프와 함께 멋진 오페라를 만들 수 있어 기쁘고 영광이다. 관객에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작품은 고전이 가진 감동을 선명히 전해준다. 금정문화회관 김천일 관장은 “훌륭한 제작진이 외부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오페라를 기획·제작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작진과 지역 스태프가 오페라 무대 제작 경험을 쌓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7시30분, 23일 오후 5시. R석 5만 원, S석 4만 원, A석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