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7> 전쟁의 상처를 달래준 노래 ‘마음의 자유천지’

방운아의 맑은 음색, 손로원의 문학적 가사 … 전쟁에 지친 삶 위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1-24 19:54:0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땀 젖은 베적삼’ ‘밭 가는 소’ 등
- 유유자적 느껴지는 밝은 가사
- 소박함과 진실함 가치 깨우며
- 피란민에 정신적 해방감 안겨줘

- 1956년 빅토리레코드서 발표
- 무명의 방운아, 일약 스타덤에

1950년대 초반 피란 시절, 부산의 빅토리레코드가 발표한 노래 중에서 우리는 ‘마음의 자유천지(손로원 작사·백영호 작곡·방운아 노래)’란 특별한 작품 하나를 기억한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횡액(橫厄)이었던 6·25전쟁은 전체 한국인의 정상적 삶을 완전히 중단시키며 치명적인 파괴와 상처, 후유증을 남겼던 참극이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일이 기적과도 같았던 시절, 이 노래는 크나큰 위로와 격려를 주며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여유를 회복하도록 도움을 주는 맑은 감로수였다.
부산이 피란수도이던 시절 사진. ‘마음은 자유천지’를 부른 가수 방운아(왼쪽 세 번째)가 보인다. 이동순 제공
걸출한 작사가 손로원, 작곡가 백영호가 이 노래를 만들었고, 경북 경산 출생으로 대구 오리엔트레코드 전속가수로 활동하다가 부산으로 내려와 백영호의 제자가 되어 활동하던 가수 방운아(方雲兒, 1931~2005)가 이 노래를 불렀다. 1956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무명의 방운아를 일약 최고의 스타급 가수로 발돋움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하면서 방운아는 미도파레코드사의 전속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로도 ‘한 많은 청춘’ ‘두 남매’ ‘인생은 고해련가’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방운아의 위상은 미도파 최고의 가수로 자리를 잡았다. SP음반으로 듣는 방운아의 창법은 맑고 깨끗한 톤으로 우리들에게 여전히 아련한 그리움으로 되살아난다. 창법상의 특징은 남인수와 백년설의 장점을 함께 통합한 세계로 여기면 좋을 듯하다. 2010년 10월, 필자는 경산 지역 가요팬들과 힘을 모아 가수 방운아 노래비를 경북 경산시 남매저수지 둑에 건립하고 제막식을 거행했다. 노래비 앞면에는 ‘마음의 자유천지’ 악보와 가사를 함께 새기고 그 위에 가수의 흉상을 제작해 올렸다. 이날 행사에는 방운아의 다정한 친구였던 가수 남백송, 명국환 등과 작사가 백영호의 유족들도 참석하여 한층 자리를 빛냈다.

■‘마음’의 가치를 노래한 힐링송

앨범 발매 당시 ‘마음은 자유천지’ 가사지. 이동순 제공
백금에 보석 놓은 왕관을 준다 해도/ 흙냄새 땀이 젖은 베적삼만 못 하더라/ 순정의 샘이 솟는 내 젊은 가슴 속엔/ 내 맘대로 버들피리 꺾어도 불고/ 내 노래 곡조 따라 참새도 운다

세상을 살 수 있는 황금을 준다 해도/ 보리밭 갈아 주는 얼룩소만 못 하더라/ 희망의 싹이 트는 내 젊은 가슴 속엔/ 내 맘대로 토끼들과 얘기도 하고/ 내 담배 연기 따라 세월도 간다(방운아의 대표곡 ‘마음의 자유천지’ 전문)



이 노래 가사에 담긴 참뜻은 서민적 소박함과 진실함이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일깨움이다. 백금에 보석 놓은 왕관 ↔ 흙냄새 땀이 젖은 베적삼, 세상을 살 수 있는 황금 ↔ 보리밭 갈아주는 얼룩소의 대칭구도는 이 노래의 가치관과 지향을 선명하게 환기해주고 있다. ‘마음’이라는 정신의 공간이 전쟁과 피란생활, 갈등과 번민 때문에 늘 제약과 구속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당시 주민들의 일반적인 정황이다. 이 경우 정신적인 해방감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가? ‘마음의 자유천지’란 제목이 주는 환기효과는 참혹한 전쟁을 겪었던 1950년대 한국인들에게 마치 환상적 공간처럼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해석으로 보자면 비천한 탐욕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노래는 원래 2절이 따로 있는 3절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높다란 벼슬자리 걸상을 준다 해도/ 밤이면 새끼 꼬는 사랑방만 못 하더라/ 청춘의 꽃이 피는 내 젊은 가슴 속엔/ 내 맘대로 갈 수 있는 주막도 있고/ 내 사랑 꿈을 따라 샛별도 뜬다



전반적으로 아름다운 가사지만 두 번째 단락에서의 ‘새끼 꼬는 사랑방’이 문제가 되었다. 195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종래의 봉건적 머슴제도가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절이라 문제의 소지가 다분히 있었다. 그 때문에 이 부분은 결국 삭제된 채 1, 3절만으로 취입이 되었던 것이다.

■철원 출생 걸출한 작사가 손로원

강원도 철원 출생의 작사가 손로원은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 초반,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분주히 활동했던 뛰어난 대중문화인의 한 분이다. 손로현, 손회몽, 불방각, 손영감, 나경숙, 부부린, 남북평 등의 다양한 필명을 번갈아 사용했다. 워낙 다재다능해서 당시 극장 간판이나 포스터 중 상당수를 거의 직접 구성하고 제작할 정도로 일거리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여러 공연기획에도 참가했고, 악극단 순회를 비롯하여 다수의 무대공연과 진행을 직접 담당했던 전문가였다. 하지만 손로원 선생의 가장 대표적 재능은 바로 대중가요 노랫말의 작사 쪽이었다. 1930년대의 대표적 작사가로 조명암과 박영호를 먼저 손꼽을 수 있지만 해방 이후와 1950년대 가요들의 상당수는 대개 손로원의 붓끝에서 개성적 작품으로 창출되었던 것이다. 그 유명한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서 ‘귀국선’, ‘홍콩아가씨’, ‘고향의 그림자’, ‘백마강’, ‘비 나리는 호남선’, ‘경상도 아가씨’, ‘무영탑 사랑’, ‘님 계신 전선’ 등 기라성 같은 노랫말들이 모두 손로원의 작품이다. 그 중에 ‘마음의 자유천지’는 노랫말 분위기가 낙천성, 철학성을 담보한 가사로 독보적 세계를 지니고 있다. 유유자적(悠悠自適)으로 살아온 한국인의 기질을 느끼게 한다. 담백한 민중적 친화력, 융합(融合)을 지향하는 깊은 사상성이 우리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가요시의 주된 특징은 우선 노래가사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예술적 정서와 그 향취가 아닐까 한다. 손로원 가요시 작품에 나타난 문학적 예술적 재능과 뛰어난 감각의 세계는 지금 다시 음미해보더라도 맑고 발랄하며 감성적인 생기로 가득한 품격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손로원 가요시 작품에다 뛰어난 작곡가 백영호의 솜씨까지 배합하여 작품 ‘마음의 자유천지’가 탄생했는데 이를 당시 대중들의 지친 삶과 가슴 속으로 부드럽게 전달해준 가수가 바로 방운아였던 것이다.

옛 가요를 즐기는 가요팬들에게 이 노래는 부산 피란시절의 애틋한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가요작품으로 언제나 푸근한 미소를 띠며 다가온다. 그리하여 부산 피란 시절에 발표했던 가수 방운아의 여러 노래들은 그 특유의 잔잔하고도 구성진 성음으로 1950년대 대중들의 다정한 벗이 되었으며, 더불어 한 시대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껴안고 가는 곡비(哭婢)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떠맡았다.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암반층 가덕, 퇴적층 김해보다 공사 쉽다"
  2. 2“외해 공항건설 전례 있다…‘창이(싱가포르 국제공항)’도 가덕도와 환경 유사”
  3. 3[뉴스 분석] 내신 버리고 ‘수능용 검정고시’ 선택…고교 자퇴생 급증
  4. 4금리 상승기 은행주 날개…BNK 6390원(지난 4일 종가 기준) 고점 경신
  5. 5여당 당정청 출신 총동원, 야당 똘똘 뭉친 보수세력
  6. 6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접종
  7. 7윤석열 사퇴 전보다 대권 지지율 급상승한 여론 조사 발표
  8. 8코로나 백신은 심리 백신? 쇼핑객도, 상춘객도 북새통
  9. 9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정병원 명예원장
  10. 10‘원안위’ 서울 잔류 승인한 정부…원전 안전 의지 없나
  1. 1여당 당정청 출신 총동원, 야당 똘똘 뭉친 보수세력
  2. 2윤석열 사퇴 전보다 대권 지지율 급상승한 여론 조사 발표
  3. 3非文 출신에 현역 지원 없이도, 당원·시민 표심 다 잡았다
  4. 41년 후 대선, 부산·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판 흔든다
  5. 5‘유리 천장’ 못 깬 여야 경선 여성 후보
  6. 6YS 비서로 정계 입문…문재인 정부 첫 해수부장관 역임
  7. 7민주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박형준과 맞대결
  8. 8“부산은 응급환자…말 아닌 행동으로 살려내겠다”
  9. 9부산시장 여야 캠프 몸집 커진다…대권 후보도 전방위 지원
  10. 10국민의힘 부산선대위, 가덕도 땅 투기 진상조사 나선다
  1. 1금리 상승기 은행주 날개…BNK 6390원(지난 4일 종가 기준) 고점 경신
  2. 2‘원안위’ 서울 잔류 승인한 정부…원전 안전 의지 없나
  3. 3연 매출 1000억 넘은 부산 벤처기업 총 26개사
  4. 4고리·신고리 사고·고장만 34건…후쿠시마 10년, 원전안전 요원
  5. 5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화훼농가·전세버스도 검토
  6. 6청년 농업인에 도전하세요…농부사관학교 참가자 모집
  7. 7부산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 구축
  8. 8부산 관광업계 “특별재난업종 지정” 호소
  9. 9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 <상> 국내 원전 안전 현주소
  10. 10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발 위기…홍남기, LH 사태 공식사과
  1. 1"암반층 가덕, 퇴적층 김해보다 공사 쉽다"
  2. 2“외해 공항건설 전례 있다…‘창이(싱가포르 국제공항)’도 가덕도와 환경 유사”
  3. 3[뉴스 분석] 내신 버리고 ‘수능용 검정고시’ 선택…고교 자퇴생 급증
  4. 4코로나 백신은 심리 백신? 쇼핑객도, 상춘객도 북새통
  5. 5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정병원 명예원장
  6. 6“한진CY부지, 주변지역 고려 없이 개발”
  7. 7청년과, 나누다 <10>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
  8. 8코로나에 활동 움츠린 구청장들, 공적 알리기 골몰
  9. 9매축지마을 ‘수호 종’ 도난 뒤 끝내 못 찾아…주민이 새 종 달았다
  10. 10청년 지원이냐, 민생 치안이냐…화명1치안센터 활용안 대립각
  1. 1스트레일리 완벽투·프랑코 강속구…롯데 희망 봤다
  2. 2신세계야구단 “쓱 랜더스로 불러주세요”
  3. 3박정인·발렌티노스 ‘골 맛’…페레즈호 첫 승 신고
  4. 4허훈·양홍석 쌍포 침묵…kt, 4연승 다음 기약
  5. 5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6. 6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7>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7. 7‘고수를 찾아서 2’ 부산 유일 국궁 9단 명궁 장오현
  8. 8교체 출전 황희찬 6개월 만에 골 맛
  9. 9김광현 첫 시범경기 4실점 부진
  10. 10박세웅 150㎞ 직구·나승엽 안타…롯데 첫 단추 잘 뀄다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장현정 작가의 인물 에세이 ‘이수현, 1월의 햇살’
부산 관광…예술로 리디자인
관광기념품의 힘을 보여줘
리뷰 [전체보기]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두 막장 대모 귀환…‘마라맛’ 전개 여전한데 스토리 헐거워
새 책 [전체보기]
내몸내뼈(황신언 지음·진실희 옮김) 外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미야자키 마사카츠, 옮긴이 장하나)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다양한 경력 소유자들 사업 도전
교권 침해 대처할 현실적 방안은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봄 저녁 /전연희
간이역 /김일우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미나리’ 한예리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송중기
이원 기자의 클래식 人 a view [전체보기]
피아니스트 랑랑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올해 예능 트렌드는 공감과 힐링 두 토끼 잡기
K 무비·드라마 성공비결은 한국적 서사와 홍보전략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K-무비서 사라져가는 영상 문법들
우주서 화려한 영상미 얻고 연출력을 잃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9월 29일
묘수풀이 - 2020년 9월 28일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3월 8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3월 4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3월 8일(음력 1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1년 3월 4일(음력 1월 21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① HLKZ-TV ‘천국의 문’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인간관계에 관한 ‘천자문’ 한 구절의 가르침
당나라의 관료 육지가 황제에게 올린 직언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